이승엽·이대호·김태균 빼고 다 괜찮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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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이 첫 실전에서 신생 구단 NC에 혼쭐이 났다. 그러나 류중일(50) 대표팀 감독은 “평가전은 그저 연습경기일 뿐이다. 신경 쓰지 않는다”며 여유를 보였다.

 WBC 대표팀은 19일 대만 도류구장에서 열린 NC와의 평가전에서 0-1로 졌다. 대표팀은 6회 세 번째 투수 손승락(31·넥센)이 나성범에게 2루타를 내준 뒤 이호준에게 적시타를 맞아 실점했고 이를 끝까지 만회하지 못했다. 대표팀 타자들은 NC 투수들의 변화구를 공략하지 못한 채 5안타만 때리고 완봉패했다. 역대 최강이라 불리는 중심타선에선 이대호(31·일본 오릭스)가 안타 1개, 김태균(31·한화)이 볼넷 2개만 얻었다. 이승엽(37·삼성)은 삼진을 두 차례나 당하며 한 번도 출루하지 못했다.

류중일 WBC 대표팀 감독(오른쪽)이 대만 도류구장에서 열린 NC와의 첫 평가전을 앞두고 김경문 NC감독과 포옹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민규 기자]

 작은 실수들도 이어졌다. 2회 무사 1, 2루 기회를 잡았지만 최정(26·SK)의 내야땅볼 때 두 명의 주자 모두 런다운에 걸려 아웃됐다. 8회 1사 만루에서는 연속 범타가 나와 득점에 실패했다. 전체적으로 실전 감각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류 감독은 “선수들의 컨디션을 점검하는 게 중요하다”며 NC에 양해를 구하고 타자를 9명이 아닌 10명을 선발로 내보냈다. 1루수 또는 지명타자 요원인 이승엽·이대호·김태균을 모두 기용하기 위해서였다. 이날은 이대호가 1루수를 맡았고, 이승엽과 김태균은 타석에만 들어서고 수비를 하지 않았다.

 6명이 투입된 마운드는 괜찮았다. 선발 윤석민(27·KIA)은 최고 시속 146㎞ 직구를 앞세워 3이닝 5피안타·무실점을 기록했고, 서재응(36·KIA)도 2이닝을 완벽하게 막았다. 손승락에 이어 정대현(36·롯데)·박희수(30·SK)·오승환(31·삼성)이 1이닝씩을 깔끔하게 처리했다.

WBC 한국대표팀 서재응(KIA)이 19일 대만 도류구장에서 열린 NC와의 첫 평가전에서 힘차게 볼을 뿌리고 있다. 4회 등판한 서재응은 2이닝을 완벽하게 막았다. [도류(대만)=김민규 기자]

 윤석민은 “첫 실전 등판이어서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려 했다. 그러다 안타를 많이 맞았지만 실점하지 않아 만족한다”면서 “지금보다 공 스피드를 더 올려야 한다”고 첫 등판 소감을 밝혔다.

 예상 밖의 패배지만 대표팀은 별로 동요하지 않았다. 2006, 2009년 대회에 앞선 평가전 성적도 좋지 못했지만 실전에 나서자 싹 달라졌기 때문이다. 일본 대표팀도 지난 17일 히로시마와의 평가전에서 0-7 대패를 당했지만 소란스럽지 않다.

 유지현(42) 대표팀 코치는 “오늘 경기를 통해 문제점이 노출됐다. 그것만으로도 좋은 성과라고 생각한다. 남은 기간 동안 문제점을 보완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김인식(66)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은 “타격감은 남은 경기에서 끌어올리면 된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투수들은 괜찮았다”며 “윤석민이나 오승환의 직구가 조금 높게 들어오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좋았다. 첫 경기이기 때문에 타자들은 어차피 못 칠 것으로 생각했다. 평가전이 5경기나 남아 있으니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도류(대만)=유병민 기자
사진=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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