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 지하경제가 뭔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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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Q 틴틴 여러분. 요즘 언론에서 지하경제란 말이 많이 나오고 있죠. 땅속에 숨어 있는 경제냐고요? 비슷합니다.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돈, 즉 정부 몰래 이뤄지는 경제활동을 말합니다. 그럼 지하경제가 왜 있는 걸까요?

지하경제는 주로 세금을 피해 형성된다고 보면 됩니다. 마약이나 장물 같은 불법적인 거래도 있지만 대부분이 탈세와 관련된 것입니다. 지하경제가 어떻게 생기는지 쉬운 예를 들어 볼게요.

 정상적인 경제활동에는 단계마다 세금이 부과됩니다. 회사에 다니시는 틴틴 부모님도 월급을 받을 때 소득세를 떼고 돈을 받습니다. 이렇게 뗀 세금은 회사가 국세청에 대신 납부하게 됩니다. 이것 말고도 세금은 우리 생활에서 다양하게 붙습니다. 혹시 부모님과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받은 영수증을 본 적이 있나요. 9000원짜리 설렁탕 한 그릇을 먹었다고 칩시다. 받은 영수증에 찍힌 실제 설렁탕 가격은 8182원입니다. 실제 주인 주머니에 들어가는 돈이 이만큼이라는 의미입니다. 나머지 818원은 뭐냐고요. 부가가치세인데 바로 설렁탕 가격(8182원)의 10%에 해당됩니다. 틴틴 부모님이 낸 이 부가세는 가게 주인이 받아놨다가 국세청에 납부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문방구에서 물건을 살 때도 대부분 물건 값의 10%인 부가세가 붙습니다.

 설렁탕집 주인은 세금을 안 내느냐고요. 당연히 내지요. 주인은 설렁탕을 팔아 번 돈에 대해 일정 비율로 소득세를 냅니다. 이때 식당 주인은 설렁탕을 만들기 위해 들어간 각종 원자재 비용을 뺀 순수 소득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게 돼 있습니다. 즉 설렁탕을 끓이기 위해 고기를 사오고, 직원에게 월급을 주는 데 5000원이 들었다면 그 차액인 3132원(8182원-5000원)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게 됩니다.

 왜 세금 얘기만 잔뜩 하냐고요. 지하경제가 대부분 세금과 관련 있기 때문이지요. 설렁탕집 주인 부도덕씨는 소득을 줄여 신고하고 싶어집니다. 세금을 덜 내기 위해서죠. 어떻게 할까요. 우선 소득을 줄여 신고하는 방법이 있을 겁니다. 한 달에 설렁탕 1000그릇을 팔았지만 500그릇만 팔았다고 신고하면 소득의 절반이 감춰집니다. 방법은 또 있지요. 비용을 부풀리는 것입니다. 설렁탕 한 그릇을 끓이는 데 실제 5000원이 들었지만, 6000원이 들었다고 신고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감춰진 부도덕씨의 소득만큼 지하경제가 생긴 셈입니다.

 틴틴 여러분. 부도덕씨의 예는 미니 지하경제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보다 규모가 수백만 배, 수천만 배 되는 엄청난 지하경제도 있답니다. 도박이나 밀수를 비롯해 유사 휘발유 제조, 불법 사채 시장같이 엄청나게 큰 규모의 지하경제가 곳곳에 있습니다. 전문가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24% 수준인 372조원이나 된다고 합니다.

 과거보다는 지하경제가 많이 줄기는 했습니다. 왜냐고요. 20년 전 시작된 금융실명제 효과가 있습니다. 이 제도가 시작되기 전에는 다른 사람 이름(차명)이나 가짜 이름(가명)으로 은행 계좌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은행 계좌를 만들려면 꼭 신분증을 제시하고 본인 이름으로만 할 수 있답니다. 금융실명제보다 효과가 컸던 게 신용카드 사용 확대입니다. 요즘 식당을 가보면 대부분이 신용카드로 결제를 합니다. 식당 주인 입장에선 소득을 감추고 싶어도 감추기가 어렵습니다. 소득을 감췄다가 국세청이 신용카드 내역을 확인해 적발되면 어마어마한 가산세를 물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지하경제를 줄이기 위해 신용카드 사용에 대해 많은 혜택을 주며 장려하고 있는데 이것이 큰 효과를 본 것입니다.

 문제는 아직도 신용카드 사용 비율이 낮은 곳이 있다는 겁니다. 국세청에 따르면 학원이나 예식장, 그리고 각종 사업서비스(변호사·회계사·세무사 등) 업종에서 현금 사용 비율이 높다고 합니다. 탈세 여지가 크다는 얘기지요. 지난해 강남에서 국세청이 한 의사의 오피스텔을 수색했더니 19억원의 현금 다발이 발견됐습니다. 만일 의사가 이 돈을 은행에 맡겼다면 1년에 이자만 6000만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근데 왜 의사는 이 큰돈을 비밀금고에 숨겨 놓은 걸까요. 국세청이 조사해 보니 이 돈은 환자들에게 현금 결제를 유도해 받은 돈이었습니다. 전형적인 탈세 목적의 지하경제인 것이지요.

 그런데 왜 갑자기 요즘 들어 지하경제 얘기가 많이 나올까요. 복지 예산과 관련이 깊습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접어들면서 복지 예산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노인에게 주는 연금을 늘리고, 중증 질환 치료비를 국가가 보장해 주고, 여러분이 먹는 학교 급식을 무상으로 지원해 주는 등의 용도로 복지 지출은 급증하고 있습니다. 혜택을 받는 사람이 많다 보니 들어가는 돈도 어마어마합니다. 이 돈은 어디서 날까요. 세금에서 충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막대한 복지 비용을 충당하려면 틴틴 부모님이 내는 세금도 늘어야 하고, 여러분이 과자를 사먹을 때 내는 부가세도 올려야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세금을 갑자기 늘리면 사람들의 불만도 커지고, 경제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세금을 조금만 늘리면서 복지 지출을 감당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궁리하던 차에 이런 지하경제를 찾아내 세금을 매기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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