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카지노의 경제학] 매출 3,206억→파급효과 1조 4500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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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에서 차로 4시간 걸려 도착한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의 풍경은 예전과 달랐다.

험악한 산악지형과 검은색 개울물은 지금도 탄광촌임을 보여주고 있으나, 도로 확장 등을 위해 이곳저곳을 파헤치는 불도저와 포크레인 소리는 생동감을 뿜어댔다.

"카지노 개장의 성과란 폐광지역에서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준 겁니다."

지역주민 대표인 원기준 목사의 말이다.

강원랜드가 지역경제 회생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카지노가 도박장 이상의 의미로 통한다. 폐광지역의 경제를 부활하는 전도사라고도 한다.

◇ 눈에 띄는 낙수(落水)효과=고한.사북.남면 등 이 지역주민(3백여명)이 지난해 주주로 참여해 설립한 강원남부주민㈜은 강원랜드의 호텔.카지노장 청소.경비.세탁.식당 등을 운영해 한해 동안 8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강원랜드에 용역을 제공하고 물품을 납품하는 업체만도 조경관리를 하는 광산노조협의회 등 75개 업체가 새로 생겼다.

정선 카지노는 트릭클 다운(Trickle down.落水)이론의 물방울 같이 지역경제를 다양하게 자극했다. 낙수이론이란 잔잔한 수면 위에 떨어지면 동그라미 모양의 파장을 일으키며 사방으로 퍼지는 것을 말한다.

직접적으로는 카지노 직원중 폐광지역 주민이 3백60명으로 강원랜드 전체 직원 1천21명 중 35%나 된다. 이들의 월급 등을 통해 지역경제에 한달에 10억원 정도가 뿌려진다.

파급효과도 크다. 카지노가 들어서자 이 지역 땅값은 20배 정도 올랐다. 최고 75배 올라 1996년 평당 10만원에서 현재 7백50만원으로 급등한 곳도 있다.

또 이곳을 찾은 사람 중 60~75%가 해외도박 경험이 있어 외화유출 방지 효과가 1천5백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김광식 강원랜드 사장은 "연매출 4천억원 가운데 절반은 순익으로 남고, 나머지 절반 가운데 또 절반(1천억원)은 직원 월급.용역업체 등 지역경제로, 또다른 절반(1천억원)은 세금 등 부대비용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소일거리조차 없던 폐광지역은 대도시보다 활발한 '24시간 3교대 경제'로 바뀌었다.

카지노가 3교대 방식으로 운영되다보니 사원아파트가 있는 고한읍은 6백여명의 거주자를 겨냥해 대부분 24시간 영업 점포로 전환했다. 야식집.맥주집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 지역 음식.숙박업소는 카지노 개장 이후 매출이 20~50%늘었다. 택시업체와 주유소 매출도 최고 2배 늘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 학계 분석도 긍정적=이충기 동국대(관광경영학)교수는 "강원랜드의 매출액을 3천2백6억원(실제 4천억원 이상)으로 추정해 분석한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예상 외로 컸다"며 "정선 카지노의 직.간접적인 생산유발 효과는 매출의 4배가 넘는 1조4천5백여억원 정도"라고 말했다.

워커힐 파라다이스 등 국내 13개 외국인 전용카지노의 경제적 파급효과(1조6천억원.박현두 태평양산업연구원장 추산)에 육박하는 규모다.

그는 "주5일제가 시행되면 강원지역을 찾는 관광객이 매년 3백만명씩 증가해 카지노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훨씬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두 마리 토끼잡기엔 아직 역부족=강원랜드가 지역주민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소리도 만만찮다.

정선고원관광레저개발㈜의 남경문 사장은 "카지노 인력은 20~30대의 젊은층"이라며 "지역주민은 40대 이상이기 때문에 혜택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

지난달 문을 닫은 삼척탄좌의 탄광원 출신 2백70여명은 현재 실업 상태다. 동원탄광에서 근무 중인 1천여명도 폐광될 경우 강원랜드에 취직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金사장은 "지역주민을 많이 뽑다보면 전문인력 부족으로 기업 효율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주민 가운데 예비인력 92명을 뽑아 1년간 교육시켜 채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고한.사북읍은 카지노가 들어서 있는 곳인데도 인구가 오히려 빠져나가는 등 찬바람이 불고 있다고 주민들은 불평한다. 오히려 카지노와 떨어져 있는 태백시가 인구도 늘고 유흥업소들이 번창하는 등 재미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박창규 전남도립담양대학(관광정보과)교수는 "정부.지자체가 도로 등 사회간접시설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민간 부문에서는 재개발에 역점을 둬 고급상가 등이 더 들어서야 한다"며 "현 시점에서 마스터플랜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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