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兵風 배후설 다시 수면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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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대업(金大業) 미스터리'가 21일 또 다른 궁금증을 몰고왔다.

金씨는 지난해 7월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두 아들의 병역비리를 조작했다"는 폭로성 기자회견을 한 뒤 끝내 잠적했던 전직 군 의무부사관이다.

그가 1백여일간 잠행 끝에 지난 13일 검찰에 자진출두하는 과정에 민주당 천용택.박주선 의원이 관여했음이 이날 드러난 것이다.

金씨가 검찰에 출두할 결심을 굳힌 뒤 이를 千의원에게 알렸다는 것. 金씨의 전화를 받은 千의원이 검찰 출신인 朴의원에게 "金씨가 자진출두한다는 사실을 서울지검 특수1부에 알려달라"고 요청했고, 朴의원은 박영관 특수1부장에게 전화로 이를 알려줬음이 확인된 것이다.

특수1부는 金씨가 검찰에 제출한 병풍(兵風) 관련 녹음테이프가 조작됐는지를 추가로 수사 중인 곳이다.

한나라당은 金씨가 처음 의혹을 제기할 당시 그 배후에 千의원이 있다고 주장했었다.

민주당 쪽에서 이회창 후보를 흠집내기 위해 金씨를 앞세워 치밀한 계획에 따라 폭로회견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千의원은 민주당 병역비리조사특위 위원장이었다. 千의원은 지난해 6월 최고위원회의에 '이회창 후보 아들들의 병역비리에 대한 공세를 펴 검찰 수사를 유도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민주당에 제출한 적도 있다.

金씨의 회견 20여일 뒤에는 민주당 이해찬 의원의 아리송한 발언도 있었다.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검찰 관계자가 이회창 후보 장남 정연씨 병역문제를 제기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한 것이다.

李의원은 그 검찰 관계자로 박영관 특수1부장을 거론했다가 곧 "그런 말 한 적이 없다"고 번복했지만 파장은 컸다.

그 연장선상에서 터진 두 의원의 전화개입 사실은 이날 즉각 정치쟁점이 됐다. 한나라당 박종희(朴鍾熙)대변인은 배후설과 음모론을 다시 강력하게 제기했다.

"5년 전 이재왕 사건처럼 잠적.자진출두.불구속기소.사면의 시나리오대로 金씨를 봐주려는 음모"라며 "검찰은 金씨는 물론 千의원 등 배후인물들까지 수사해 도피 과정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千의원은 배후 의혹을 극구 부인하고 나섰다. "이달 초 金씨가 전화로 13일 출두하겠다고 연락해와 검찰을 잘 아는 朴의원에게 전한 것뿐이다. 자진출두할테니 강제연행을 하지 말아달라는 등의 선처를 바라고 연락한 것 같다"는 주장이다.

朴의원도 "千의원으로부터 金씨의 검찰 출두 소식을 서울지검에 알려달라고 해 1주일 전께 검찰에 전화한 게 전부"라며 "千의원이 金씨를 만났는지는 모른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장본인인 金씨는 "당시 한 시민단체 관계자가 千의원에게 먼저 전화를 건 뒤 나를 바꿔줬다. 千의원이 출두 일정을 묻기에 13일께 검찰에 출두할 것이라고 했을 뿐"이라고 배후설을 일축했다.

서울지검은 이날 金씨를 재소환해 수연씨 병역 비리를 진정한 경위 등에 조사했으며, 조만간 金씨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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