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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번정리 실현될까|서울·부산·대구에 첫 시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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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내무부는 지난번 부산에서 열린 전국 시장회의에서 서울·부산·대구 등 3개 도시를 주거표시제도개선을 위한 시험도시로 지정했다. 이에따라 이들 3개시는 금년말까지 시내 1개구를 시험구로하여 현행 주거표시실태를 조사하고 내무부는 이에서 얻는 결론에따라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주거표시기본방침을 세워 명년부터 연차계획으로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현행 주거제도는 도시생활이 유동적인데다가 복잡해 짐에따라 한 지번안에 수천호의 가구가 들어차는가 하면 지번의 배열이 불규칙 하고 다시 부번호(○○번지의 ○○호)의 배열마저 뒤죽박죽이 되어 시민생활과 행정상에 혼란을 가져와 막대한 지장을 주고있다.
우리나라에서 주거표시가 역사상으로 나타나기는 이조시대부터. 그때는 호번표시제도 이었다.
그후 일제가 한·일 합방을 계기로 1913년 징세를 위한 토지조사령을 반포, 지번표시제도를 채택했다. 이제도는 토지의 지목을 정하고 동리구역을 기준으로 한 구역마다 일책지 조사를 하여 일책별로 지번을 매겨갔다. 이것이 현행국가 행정구역상의 동리의 명칭구역이자 지번이 되었다. 이 지번은 동리로가를 기준으로 번지수를 동에서 서로, 북에서 남으로 매겨가되 「직재그」식 기우식 집단식 또는 절충식으로 정해졌다.
이같이 지번을 당초 징세를 목적으로 특정시키는 부호로 생겨났으나 잇따라 부동산등기제도가 실시됨에따라 토지소유권 표시로 사용하게 되었고 호적법에 의한 호적의 표시로까지 준용케 되어 관습적으로 일반화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현재 우리나라엔 『주거표시가 없다』고까지 극론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지번을 근간으로 한 주거표시의 결함은 무엇일까?
첫째 동지번의 필지는 크기·모양이 각기 다르고 사람들의 주소와는 연관성이 없는 별개의 부호라는 것이다. 넓은 필지에는 수천호가 들어차는가 하면 건물이 클 경우엔 1개 건물이 여러필의 토지에 걸치기도 하여 어느 지번으로 표시해야될지 분명치가 않다. 둘째 지번경계가 뚜렷하지 못하다. 세째 토지의 분할 또는 통합은 주거자와 관계없이 토지소유자의 자의로 결정되고 그때마다 부번호가 무수하게 생기는가 하면 결번호가 생겨 혼란을 가져온다. 이로인해 집을찾는 사람은 집찾기에 진땀을 빼고 우편은 주인을 못찾아가는가 하면 행정상으로도 막대한 지장을 받고있다.
95년도 1년동안 우편물이 배달되지 못한 것만도 자그마치 4백24만여건으로 체신부가 배달불가능 지역으로 정하고 있는 곳이 58개소. 이 58개소는 한 지번 안에 8백가구 이상이 들어찬 곳이다. 이중에서 2천가구 이상을 찾아보면 서울용산동2가8이 5,000가구, 대구대신동115가 4,037가구, 서울한강로 3가40·한남동산13이 3,000가구이고 ??암동산8이 2,500가구, 북아현동산32의1·홍은동산1·보광동산 4가 각 2,000가구나 된다.
그밖에도 광주계림동1구505도 1,260가구가 들어찼다. 이같이 혼란을 가져오는 주거표시제도는 언젠가는 고쳐져야 된다는데 이의를 내는 사람은 없다. 그리그 이대로 놔두면 놔둘수록 앞으로 혼란은 더욱 심해질 뿐이라는 것이다. 미·불·이·일 등 외국은 우리나라와 같은 주거표시제도를 쓰지않고「불록(가구)」또는 「아베뉴(통)」「스트리트(도로)」방식에 의한 건물번호를 써서 혼란을 피하고 있다.
이제도는 가로의 구역을 공도·하천·궤도와 같은 항구적시설 또는 유명한 건물을 기점으로하여 일련번호를 먹이거나 도로에 따라 주소번호를 붙이는 방식이다. 이같이하면 토지소유권 등과는 별개로 왕거표시가 나오게 마련이다. 그러나 지난 50년대 사용해온 지번표시제이고 우리에게 익혀진 제도인만큼 하루이틀 동안에 외국제도와 같이 바꿀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내무부는 지번제도를 존속시키되 지적도를 전면적으로 정리하고 건물번호나 지번표시제도를 병용하면서 아주 복잡한데는 통반조직을 활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이같은 개선을 하려면 숱한 난관이있다. 우선 현존지적도를 전면 정비해야 된다. 이에는 막대한 인력과 경비가 소요된다. 내무부로서는 아직 이에 소요되는 경비가 얼마인지 추산조차 못하고 있다.
또 지적도를 정비하려면 토지가 소유권의 객체이므로 일필마다 권리관계의 확인이 필요하고 도로경계 확정을 위하여서는 분할 또는 통합의 절차가 필요하게된다. 뿐만아니라 주소를 표시한 공노를 비롯, 민간의 주주명칭·예금통장 등 각종 기록을 수정해야 할 판이다. 하여간 내무부가 현재로선 주거표시개선에는 얼마만한 돈과 일손이 드는지 조차 모르면서 이문제를 들그나와 선거를 앞둔 헛구호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고- 어쨋든 정리개선은 불가피한것-몇년이 걸리든 언젠가는 고쳐야 할 과제이다.<이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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