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도 예산안의 최종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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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이미 차관회의의 토의를 거친 총 1천6백43억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을 29일 중으로 국무회의에서 최종 조정하여 오는 9월1일 정기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한다.
보도된 바에 의하면 새해예산안은 현년도의 1천3백억원 보다 약 3백50여억원이 증가된 규모의 것이라고 하며 세출증가의 내용은 일반경비 증가 2백22억원·국방비 증가 78억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따라서 예산규모 증가의 88%는 이른바 정부 소비증가에 그 원인이 있는 것이며, 경제개발 예산의 증가에 있는 것은 아닌것 같다. 이러한 새해 예산안의 윤곽을 보고서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첫째, 새해 예산안의 규모는 현 년도의 그것보다 약 27%의 증가인 것으로 보이는데 외견상으로는 그 증가율이 높은 것 같지만 실지로는 올해의 추경예산이 또다시 제출될 것이라고 하므로 과히 높은 것이라고는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만일 새해예산안도 종내의 경우와 같이 3, 4회의 추경예산을 제출한다는 전제하에 편성된 것이라면 예산편성의 원칙에 어긋난 것이라 하겠다.
추경예산이 한번도 아니고 해마다 3, 4회씩 제출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은 정부의 제 정책이 무계획적으로 집행되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며 이는 곧 정부의 불성실이나 또는 무능을 뜻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타성적으로 본 예산안은 적게 제출함으로써 우물쭈물 여론의 비판을 피하고, 추경예산으로 세출수요를 메워간다는 예산운영 방식은 새해부터는 반드시 지양되어야 할 것임을 강조한다.
둘째, 새해는 제2차 경제개발5개년 계획의 착수 연도이다. 따라서 국민경제의 기반확대를 위한 투자가 증대되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투융자는 불과 35억원 밖에 증가시키지 않고 예산규모 증가의 88%를 소비지출에 충당시키려는 정책방향은 아무리 선의로 해석하여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국민에게는 경제개발을 위하여 내핍 하다고 강요하면서 정부소비를 증가 시키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셋째, 정부 소비증가의 주인은 공무원의 봉급인상에 있는 것으로 보이나, 공무원 급여수준의 인상은 불필요한 기구의 축소정리, 과잉고용의 제거, 쓸 데 없는 데까지 직접 간섭하려는 행정적 낭비의 원인배제 따위로써 절약될 재원으로도 충분히 조달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주요물자 비축제 같은 절실하게 필요하지도 않고 효과도 없는 제도를 마련하기 위하여 차입금을 계상하고, 법률로 정한 농산물가격 안정기금 60억원도 일시차입에 의존하려는 것은 정부의 농업정책, 나아가서는 개발정책의 기본을 의심하게 한다.
다섯째, 새해 조세수입은 1천76억원으로 올해의 그것보다 약65%의 증가이다. 따라서 신년도의 경제성장율을 계획대로 7%가 실현되리라고 가정한다면 세수증가율 중 40%는 물가상승과 이른바 사세행정력의 강화에 의해서 징수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될 것 같다. 물론 소득증가에 따라 누진세율의 작용이 있어 조세수입이 증가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지만, 간접세를 위주로 하는 현행 세제 하에서 그에 큰 기대를 걸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조세수입증가를 물가상승이나 행정력 강화에서 기대하는 것이라면 공평한 조세부담과 기업위축을 강요하지 않을 행정력의 강화방안을 모색해야 마땅하다.
위와 같은 몇 가지 문제점이 최종조정단계나 국회심의 과정에서 충분히 수정 보완되어 예산다운 예산이 편성되기를 원하여 마지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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