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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 순혈주의 대신 실용주의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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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NHN한게임은 이달부터 자체 개발한 모바일 게임 ‘우파루 마운틴’을 카카오톡을 통해 서비스하고 있다. NHN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놔두고 경쟁 업체인 카카오를 택한 것은 국내 시장에서는 카카오톡의 영향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영원한 경쟁자 다음커뮤니케이션도 ‘적과의 동침’에 나섰다. 새로운 주력 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모바일 게임 서비스 ‘다음 모바게’에 올해 첫 대표 신작으로 NHN한게임의 자회사가 개발한 소셜게임 ‘라멘이야기’를 내세웠다. 지난해 일본에서 먼저 출시해 인기를 끈 게임이다. 모바일 게임에서 카카오나 NHN보다 출발이 늦은 만큼 ‘문파’를 가리지 않고 인재를 모시겠다는 것이다.

 IT업계에 ‘순혈주의’ 대신 ‘실용주의’ 흐름이 거세다. 자회사가 만든 서비스는 모회사에만 개방하고 경쟁사에는 문을 걸어 닫는 것은 옛말. ‘검은 고양이나 흰 고양이나 쥐만 잘 잡으면 그만’이라는 분위기다. 점유율이 크게 변하지 않던 통신·인터넷 시장과 달리 모바일에서는 절대 강자가 없어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게임업체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역시 ‘흑묘백모론’을 들고나왔다. 이 회사는 2011년 카카오에 50억원을 투자했고, 이듬해 200억원을 더 출자해 카카오 주식 5.8%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톡을 통해 서비스한 자사 게임 ‘캔디팡’과 ‘윈드러너’는 단기간에 1000만 이용자를 돌파한 매출 효자다. 하지만 카카오톡의 경쟁자 라인에도 다리를 걸쳤다. 지난해 9월 NHN재팬과 일본 게임 시장에서 파트너십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것. 첫 단추로 위메이드의 ‘카오스&디펜스’를 라인을 통해 일본 시장에 서비스하기로 했다.

 덩치 큰 기업들도 움직인다. 국내 포털 사이트 이용률 70%를 차지한 NHN과 국내 1위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손을 잡았다. 인터넷과 통신에서 축적한 정보를 합쳐 빅데이터 사업을 육성하고 신규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력과 기술을 주고받는 공동 프로젝트 그룹도 만들었다. IT업체 간의 인수합병(M&A)은 일상 다반사가 됐다. 다음은 이달 14일 “음성인식 기술 전문 벤처 다이알로이드의 지분을 100% 인수했다”고 밝혔다. NHN 기술연구팀 출신의 음성검색 전문인력 4명이 창업한 회사다. 카카오는 SK커뮤니케이션즈 출신이 세운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벤처 써니로프트를 인수했다.

 IT업계의 실용주의는 개방을 통한 ‘적과의 동침’을 해야 성장할 수 있다는 경험에서 시작됐다. SK텔레콤 콘텐트 장터인 T스토어에서 경쟁 업체인 KT와 LG유플러스 가입자 수가 18일 300만 명을 넘어섰다. SK텔레콤 모바일 서비스의 상징과도 같던 T스토어는 2009년 9월 문을 연 이후 SKT 가입자들의 단말기에만 자동으로 깔리는 ‘폐쇄형 장터’였다. 하지만 이통 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하면서 성장세가 주춤하자 다른 이통사 가입자에게도 빗장을 연 것이다. T스토어 가입자는 1900만 명으로 경쟁 업체를 압도하고 있다. KT도 이달 초 자사의 콘텐트 장터 올레마켓을 개방했다.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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