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鄭-李 '투톱갈등' 청와대 결심만 남은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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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KOWOC)는 18일 오전 주례 간부회의를 했다. 평상시처럼 정몽준.이연택 공동위원장이 회의를 함께 주재했다. 적어도 겉으로는 아무 일 없는 듯했다.

서로 어색해하는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회의에 참석했던 KOWOC 국장들은 전했다. 정위원장은 이날 오전 기자와 만나 "축구협회가 결의서 발표를 안했으면 좋았을 뻔했다. 어떤 제도든지 장·단점이 있게 마련 아니냐"며 "언론 등 주변에서 우려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다 잘될 것"이라고 태연해했다.

오는 22일 KOWOC의 청와대 업무보고 전에 공동위원장 체제에 대한 보완책이 결정되지 않겠느냐고 묻자 그는 "누가 그런 결정을 내리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지만 "잘 해결될 것"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이위원장도 "정위원장과 갈등은 없다. 갈등이라는 표현 자체가 지나치다"며 "함께 일하면서 견해 차이나 오해는 있을 수 있지만 정위원장과 그런 관계는 아니다. 오늘 아침 간부회의도 함께 주재했고 대화를 계속하는 사이"라고 강조했다.

이위원장은 또 "문제를 부풀려 부각하는 것 자체가 국가적으로 도움이 안된다"며 "나는 정치인도 아니고 정당 소속도 아니다. 음지에서 묵묵히 맡은 일만 열심히 할 뿐"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주도해 롯데와 대한항공이 KOWOC와 로컬서플라이어(LOC) 계약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소개했다.

두 위원장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문제는 없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축구협회의 결의서 발표로 표면화된 KOWOC 공동 수장간의 갈등은 어떤 식으로든 해결돼야 한다. 두 위원장에게 '이중 결재'를 받는 과정 자체가 일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게 KOWOC 직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수석 부위원장 자리를 신설, 실권을 주고 두 위원장은 상징적 역할만 하도록 하는 방안 등 해결책에 대한 추측들이 무성하지만 "객관적으로 봐도 속시원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는 KOWOC 관계자의 토로처럼 묘수 찾기가 쉽지 않다.

월드컵 유치부터 주도적 역할을 해 '지분'이 상당한 정위원장을 사퇴시키기에는 명분이 약하고, 축구협회 등의 주장에 밀려 이위원장을 사퇴시킨다면 정부가 모양새를 구길 것이기 때문이다.

KOWOC주변에선 KOWOC의 감독 부서인 문화관광부가 네 종류의 대책을 이미 마련했으며, 청와대 업무보고 전에 어떤 형태로든 해결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갈등 관계의 두 위원장은 이날 오후 정위원장의 저서 『일본에 말한다』 출간 기념회에서 또 만났다. 문제가 풀릴 때까지 두 위원장의 어색한 만남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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