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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동래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전국 1백39개 군 중에서 다섯번째로 예산이 적은 가난한 동래군은 부산직할시에 눌려 발버둥을 치고 있다.
1년간 군비예산은 고작 3천8백만 원. 부산시가 직할시로 승격됨에 따라 구포읍·사상면·북면 및 송정까지 빼앗기고 거대하게 자라는 부산시의 그늘 속에서 잊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래군은 삼한 이전부터 엄연한 일국. 능산국 또는 내산국이라 일컬었으며 이조 초에는 진을 두고, 중엽에는 부사를 두어 일본과의 교역의 효시가 된 곳도 이 곳이었다.
동래부사라 하면 조정에서도 손꼽히던 벼슬자리.
임란 때 동래부사 송상현과 지방민 1천1백 명의 의로운 죽음은 동래의 지방적 특색을 한 마디로 알려주는데, 지금은 군청까지 자기 군내 아닌 구 동래에 자리잡고 있으며 옛 동래는 거의 부산직할시에 편입 돼버렸다.
기장, 철마, 일광, 정관, 장안, 서생 등 6개 면을 가진 동래군은 가난한 군일망정 「아이러니컬」하게 경남 도내의 세정 모범군. 예산이 경남도 안에서 가장 적은 군이지만 돼지 한 마리 잡는데 70원, 소 한 마리 잡는데 1백50원씩 꼬박꼬박 도축세를 받고 기업체가 없기 때문에 집 한 번 옮기거나 변소 하나 지어도 취득세와 가옥세를 물리고 또한 군민은 납세를 잘하여 표창까지 여러 번 받았다.
푸르고 맑은 동해안을 끼고 있는 이 군은 6개 면 중 4개 면이 반농·반어. 일광면의 삼성리, 장안면의 월내리, 서생면의 진하리 등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천연 해수욕장을 가지고 있어도 돈이 없어 개발을 못하는 딱한 실정이다. 기장·일광의 경치는 도로에서 완전히 소외당하고 있는데, 7억8천만 원만 있으면 해안을 끼고 달리는 관광도로를 닦을 수 있다는 것.
군비로는 엄두도 못 내고도 예산으로도 불가능하며 정부의 관광개발 사업이나 민간자본의 유치로 이루어져야 할텐데 『이 곳에 눈을 돌리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고 한기찬 동래군수는 안타까와 했다.
국을 끓이면 사흘이 가도 풀어지지 않는다는 기장미역은 명산물. 기장 갈치, 기장 멸치젓도 맛좋기로 유명하지만 이 기장미역은 전국적으로 퍼져 군비 52.7%를 메우고 있다.
이 미역 생산은 전국에서 3위, 경남에서 1위를 차지하며 작년에 4천6백84「톤」, 올해는 6천9백 「톤」을 생산목표로 하고 있는데 1백80호가 있는 신암 모범부락은 1년에 가구당 3만∼4만 원을 번다고…
또한 천초 생산은 천초가 수출품이 되면서부터 한천으로 가공할 공장 하나 없어 채취하여 말린 천초를 그대로 팔고 있다.
장백산맥의 지맥이 남북으로 분리되고 계명산 일광산 철마산이 서로 기복을 다투어 평야는 협소. 해안지대를 제외한 대부분이 고원, 구릉으로 되어 있어 바다를 끼지 않은 마을에서는 수입을 늘리기 위해 철마면을 중심으로 밤나무 집단조림에 나섰다.
옛 이름을 잃어 가는 동래군은 작은 군으로서, 가난한 군으로서 그래도 뻗어나갈 길을 찾아 안간힘을 쓰고 있다. <양태조>

<메모>
▲총면적=246.17㎢
▲행정구역=6개면 72동리 131부락 437반
▲인구=9,608명
▲하천, 산맥=좌광천, 장안천, 장배산맥의 지맥, 계명산, 일광산, 철마산
▲명승고적=죽도(기장), 서생성지(서생), 죽성성(기장), 장안사, 일광, 월내, 진하 해수욕장
▲주요산물=미역, 갈치, 천초, 멸치젓
▲교육기관=18개 국민교 8,683명 4개 중·고등학교 1,24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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