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잉농물의 구매 승인 보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작년도 잉여 농산물 도입 협정에 의한 소맥 20만「톤」중 10월초까지 한국에 도착키로 되어 있던 미 공법 480호 잉농물 제 1관 10만「톤」과 제2관의 8만9천「톤」에 대한 구매승인이 미국 측에 의해서 보류되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이와 같은 잉농물의 도입 지연에 대처하고자 이미 지난 7월 하순에 정부 보유불로 밀 5만「톤」을 긴급 발주한 바 있으며, 나머지 5만「톤」도 불가불 보유불에 의한 수입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될 난경에 처하게 된 듯 하다.
작년도 한·미 잉농물 협정은 소맥 20만 「톤」과 원석 29만6천표의 도입을 그 주요 내용으로 하였던 것이나, 소맥은 10만「톤」, 그리고 원면은 10만표가 도입되었을 뿐이다. 주지되어 있다시피 미공법 480호 제1관에 의한 잉농물의 원화 판매 대전은 대충 자금 계정에 전입되어 국방비의 재원으로 충당되어 왔고 주한 미국 외교 사절단의 원화 경비로도 사용되어왔다. 때문에 국내 농업 생산과 농산물 가격상의 악 영향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계속 잉농물을 도입하여 왔었으며, MSA 원조의 경우에는 동법 402조에 의해서 DS규모의 일정 비율을 거의 의무적으로 받아 왔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성격의 미국 잉농물의 도입으로 말미암은 소맥분이나 원면에 대한 국내 수요의 중대와 그에 따른 관련 시설의 확대는 거의 미국 잉농물의 공급을 그 전제로 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잉농물 때문에 국내 면화 생산은 완전히 쇠퇴되고 소맥 생산량도 연간 수만 「톤」에 불과하게 되었지만, 원면 수요는 연간 약25만표, 소맥분의 소비량은 연간 약40만 「톤」수준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정을 고려에 넣는다면 미 잉농물의 수입의 도입 중단은 소맥과 원면의 수급에 기본적인 차질을 초래시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 보유불에 의한 미국 농산물의 수입은 한국의 외환 수불 사정의 현상에서는 그것을 크게 기대할 수가 없다. AID 「포츠」부처장은 지난 4월26일의 하원 세출위의 증언에서 『SA의 삭감은 한국의 수출 증진에 많은 자극을 주었다』고 말한바 있다. 그러나 현년도 상반기의 경상수지 적자만도 1천1백18만5천불에 이르고 있으며 그것을 외국 차관으로 매우고 있는 실정에 있다. 또 「존슨」미국 대통령은 새로운 식량법의 제안 설명에서 『수원국의 자조적 노력과 미 잉농물에 대한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한 현금 시장의 확대』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피폐된 농업 생산의 증대는 그것을 한해나 두해 동안에 조급하게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한국 정부도 2차 5개년 계획에서는 미 잉농물의 도입을 71연도에 가서는 하지 않고 국내 자급의 달성을 그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SA나 잉농물 원조가 적어도 한국에 관한 한 국방비 재원과 직결된다는 것과, 그리고 미국 원조를 전제로 해서만 수급이 균형될 수 있는 몇 몇 상품 시장이 한국에는 아직도 존재하며, 한국 정부의 보유불로써는 아직도 농산물을 수입하기에는 족하지 못하다는 사정 등을 감안한다면, 상품 신용 조합(CCC)의 재고 부족을 이유로 한 협정의 이행 지연은 유감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이미 체결된 잉농물 협정을 미국 정부는 충실히 이행함으로써 파월 경비를 포함한 한국의 국방비 조달과 밀가루 파동 같은 시장 교란을 자극하는 일이 없도록 협조하여 줄 것을 미국 정부에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 무상으로 제공할 재고는 없지만 불화로 구매한다면 판매하겠다는 것은, 지나치게 잉농물 시장의 확대에만 주안한다는 비방을 불면일 것 같다. 한국은 한·미간의 제 협정은 물론 행정상의 약속까지도 성실을 다하여 지켜 오지 않았는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