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월드컵전력분석] G조- 에콰도르

중앙일보

입력

에콰도르는 1년9개월간의 치열한 지역예선에서승리, 건국 이래 처음으로 월드컵축구 본선 티켓을 따낸 남미축구의 '변방'이다.

1925년 축구협회(FEF)를 창립한 데 이어 이듬해 국제축구연맹(FIFA) 회원국이됐으나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하는 한을 이어왔다.

66년 잉글랜드월드컵 지역예선에서 칠레와 플레이오프까지 치르며 분전했으나끝내 고배를 마신 것이 그나마 본선에 가장 근접했던 성적. 1916년 시작된 남미축구선수권대회(코파아메리카) 통산성적에서 10개국 중 9위에 그치고 있는 점에서도 에콰도르가 남미의 변방으로 분류되는 이유를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에콰도르가 남미 축구의 중심부로 진입하기 시작한 것은 남미클럽축구최강을 가리는 코파 리베르타도레스에서 과야킬이 준우승한 1990년부터이다.

이후 10년간 비약적인 발전을 보인 에콰도르는 이번 남미예선에서 거함 브라질을 격침시키는 등 강호로 자리매김했고 안정된 4-4-2 시스템과 거친 수비를 앞세워9승4무5패로 아르헨티나에 이어 2위로 본선 티켓을 따냈다.

이 정도면 본선에서도 좋은 결과가 기대되지만 화려한 성적의 겉과 속이 다르다는 점이 에콰도르의 말못할 고민이다.

해발 2,850m 고지대의 덕을 톡톡히 봤다는 지적인데 예선 18경기 중 홈에서 6승2무1패로 초강세를 보인 반면 평지에서 가진 원정경기에서는 3승2무4패로 반타작도 못했다.

그럼에도 원정에서 단 1승도 못한 98년 월드컵 지역예선 때와 비교하면 전력이훨씬 안정됐다는 점이 다행스럽고 공격력은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에 이어 4위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에콰도르는 남미에서는 드문 장신인 아구스틴 델가도(사우스햄튼)와 이반 카비에데스(바야돌리드) 공격 투톱의 위력이 파괴적이고 주장 알렉스 아기나가(네카사)가 노련미를 앞세워 중원에서 공격을 지휘한다.

특히 카비에데스는 지난 8일 본선직행 티켓이 걸린 우루과이전에서 후반 천금같은 헤딩 동점골을 넣어 델가도와 함께 월드컵을 빛낼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사령탑은 프랑스월드컵 본선에서 조국 콜롬비아를 이끈 에르난 다 리오 고메스(45) 감독으로, 지난 5월 청소년대표팀 선발 시비 끝에 전 대통령 아들인 선수측 경호원 총에 맞아 유명인사가 됐다.

덧붙여 에콰도르 축구를 설명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국민들의 뜨거운 축구 열기다.

우루과이와의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수천명이 입장권을 구하기 위해 키토스타디움 앞에서 며칠간 노숙을 했으며, 고메스 감독이 총격 사건 후 고국으로 돌아가자수백명의 팬들이 그의 복귀를 외치며 도보 시위를 하는 등 축구에 대한 애정만큼은세계 최고다.

▲에콰도르 기본 전술과 포메이션 에콰도르의 강점은 4-4-2 시스템이 완벽하게 정착됐다는 점이다.

이처럼 안정된 진용을 바탕으로 강력한 수비를 펼치다가 기회가 나면 투톱인 델가도와 카비에데스를 이용해 전개하는 역습이 위협적이다.

주로 게임메이커 아기나가의 발끝에서 공격이 시작되지만 미드필더뿐 아니라 후방 수비에서도 투톱을 겨냥해 한번에 넘겨주는 패스가 일품이다.

특히 187㎝의 장신인 델가도는 높이뿐 아니라 발재간까지 겸비해 뛰어난 골결정력을 자랑하고 카비에데스도 우루과이전 결승골을 포함, 모두 3골을 뽑아내 '예비스타'로 떠올랐다.

포백 라인 중에서는 울리세스 데라크루스(크루제이루)와 이반 우르타도(UNL)가예선에서 거의 전 경기에 출전하며 철통같은 수비 실력을 꾸준히 뽐냈다.

그러나 사실 에콰도르의 비밀병기는 전술보다는 전쟁터에 나선 병사와 같은 정신력. 프랑스월드컵에서 콜롬비아 대표팀이 1회전 탈락하는 좌절을 맛본 고메스 감독은 2년 전 에콰도르의 감독으로 부임, 개인기가 모자라는 선수들에게 체력과 정신력을 더 강조했다.

이번 남미예선 18경기에서 받은 옐로카드 숫자가 무려 47개에 달하고 퇴장도 2번이나 당할 만큼 에콰도르는 전투적인 축구로 상대의 기를 압도했고 결과적으로는그 덕을 톡톡히 봤다.

▲이 선수를 주목하라 나라가 변방 취급을 받았던 만큼 선수들도 크게 알려진 스타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 지역 예선을 통해 에콰도르도 세계적인 장신 스트라이커를탄생시켰다.

예선 18경기 중 16경기에 출전, 결승골만 무려 6골이나 터뜨리며 에콰도르의 본선 직행을 견인한 아구스틴 델가도(27.사우스햄튼)가 그 주인공이다.

예선 첫 경기인 베네수엘라전부터 선제 결승골을 뿜어냈고 지난 3월말 브라질과의 원정경기에서도 결승골로 천금같은 1-0 승리를 끌어내는 등 예선에서 넣은 9골중 6골을 결승골로 장식하는 기염을 토했다.

남미 선수로는 보기 드문 187㎝의 장신에 87㎏의 적당한 체중을 지닌 델가도는머리와 발을 모두 잘쓰고 A매치 출장 43경기에서 29골을 기록한 골잡이다.

예선이 끝난 뒤 델가도는 이러한 활약을 눈여겨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사우스햄튼에 의해 500만달러의 거액으로 스카우트되는 '일석이조'의 기쁨도 누렸다.

▲월드컵 지역예선 성적 예선 성적 9승4무5패 중 해발 2,850m의 고지대에 위치한 '안방' 모델로스타디움에서는 6승2무1패의 탁월한 성적을 올렸지만 원정경기에서는 3승2무4패로 부진했다.

지난해 3월부터 약 1년9개월간 벌어진 대장정의 전반부에서 에콰도르는 3승1무4패로 불안한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나마 브라질과 대등한 경기를 벌이다 2-3으로 분패하고 난적 칠레에 비긴 것정도를 위안 삼아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에콰도르는 지난해 10월8일 열린 칠레와의 홈경기에서 1-0으로 신승, 우루과이전 0-4 대패의 충격을 씻고 본선 신화 창조의 첫 걸음을 내디뎠다.

이후 베네수엘라, 브라질, 파라과이, 페루를 모두 1점 차로 격파하고 파죽의 5연승을 질주, 본선 진출에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그 다음 상대인 아르헨티나에 0-2로 패하고 콜롬비아와 득점 없이 비겨 1무1패로 조금 주춤했지만 지난 10월초 볼리비아를 5-1로 대파, 분위기를 추스렸고 우루과이, 칠레와 차례로 비기며 아르헨티나에 이어 조2위를 확정했다.

▲에콰도르는 어떤 나라 인구= 1천318만명 면적= 28만3,560㎢ 공용어= 스페인어 1인당 국내총생산= 2,900달러 FIFA랭킹= 37위 (서울=연합뉴스) 이승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