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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포츠’ 도약 기반 마련 … 현재 204개국 8000만 명 수련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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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호 19면

우리 민족 고유의 무술인 국기(國技) 태권도가 무도(武道)로서뿐만 아니라 ‘글로벌 스포츠’로서도 단단하게 뿌리내릴 수 있게 됐다. 여름올림픽 핵심 종목(Core Sports)으로 채택돼 든든한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합기도·쿵후·가라테 등 다른 마셜 아트(Martial Arts·무기를 쓰지 않는 동양 무술 종목)와의 경쟁에서도 확실한 비교 우위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올림픽 핵심 종목된 태권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 12일(한국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태권도를 포함해 2020년 올림픽부터 적용할 핵심 종목 25개를 선정, 발표했다. 핵심 종목들은 향후 치러질 올림픽에서 사실상 영구적으로 정식 종목의 지위를 얻는다.

태권도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기점으로 지난해 런던올림픽까지 4회 연속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지만 올림픽 제외 가능성이 점쳐졌다. 이번 집행위원회를 앞두고 근대5종, 양궁, 필드하키 등과 함께 핵심 종목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은 종목으로 분류됐다. 매번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발차기 위주의 경기 방식이 단조롭고 판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게 약점이었다. 게다가 태권도를 밀어내고 올림픽 정식 종목에 진입하려는 일본 무술 가라테의 전방위 로비 또한 만만치 않았다.

이런 위기를 딛고 태권도는 핵심 종목에 포함될 수 있었다. 적극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태권도계는 경기 진행 방식의 문제점이 처음 부각된 2004 아테네올림픽 직후 세계태권도연맹을 중심으로 제도개혁위원회를 만들어 다양한 자구책을 내놓았다.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유도하기 위해 몸통 공격 1점, 머리 공격 2점이던 기존 제도를 고쳐 머리 공격을 3점으로 높였고, 돌개차기 등 회전공격에 1점을 추가해 한 번 공격으로 최대 4점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또 판정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전자호구와 즉각적인 비디오 판독 시스템도 도입했다. 그 덕에 태권도는 2012 런던올림픽에서 ‘재미있는 스포츠로 진화했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태권도와 마찬가지로 ‘경기 진행 방식이 수비적이고 단조롭다’는 지적을 받아 온 레슬링은 방심하다가 올림픽에서 퇴출됐다. 고대 올림픽부터 전해진 전통 있는 종목이라는 이유로 개혁 노력을 게을리했기 때문이다.

태권도의 올림픽 영구 종목 채택은 글로벌 스포츠로의 도약 가능성을 높인 쾌거로 평가받는다. 태권도는 전 세계 204개국에서 8000만 명이 수련하는 무술이지만, 아직까지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한 게 사실이다. 삼성·현대·LG 등 글로벌 기업조차 ‘올림픽 종목으로서 입지가 탄탄하지 않다’는 이유로 태권도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향후 올림픽 무대에서 꾸준히 선보이게 되면 기업 후원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강석재 세계태권도연맹 사무차장은 “그간 태권도는 지속적인 성장·발전을 통해 세계인이 함께 수련하는 대표적인 무도로 자리매김했다”면서 “이젠 스포츠로서의 존재 가치에 대한 검증을 받을 차례다. 인간을 존중하고 정정당당한 승부를 강조하는 태권도의 기본 정신에 합리적이고 재미있는 경기 규칙을 접목해 인기 스포츠로 키워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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