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실의 호기심 쑥쑥] 과학책도 이야기로 풀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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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 가운데 과학책으로 분류된 책들을 살펴보면 형식이 무척 다양함을 알 수 있다. 특히 유아들을 위한 과학그림책의 경우 사실을 그대로 펼쳐보이기보다는 이야기로 포장해 설명하거나 그림책의 특성을 살려 리듬감있게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나 너 좋아해』(돌베개어린이) 의 경우는 동물들의 구애방법을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수개구리가 여러 동물들에게 구애방법을 묻고 다닌다.

수컷 피라미는 몸 색깔을 화려하게 만들고 "나 너 좋아해"하고 말하고 공작은 화려한 깃을 펼치고 "나 너 좋아해"하고 말하는 식이다.

이에 비해 『톡톡 알에서 나와요』(웅진닷컴) 는 알에서 태어나는 모든 동물을 다루면서 비교적 그대로 설명한 경우다.

'알이란 무엇일까?'하는 물음에 '알은 그 안에서 자라는 생물에게 영양분을 주고 피난처가 되기도 해요. 알을 노리는 적들도 많답니다'하고 답한다. 이 책은 한가지 주제에 맞추어 여러가지 동물들을 묶고 분류하는 즐거움을 그림책의 구성에 담아내고 있다.

독자에 따라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는 것이 더 재미있다고 여기는 경우도 있고,있는 그대로 설명하는 것이 더 명쾌하게 사실을 전달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경우도 있다.

방법이야 어찌됐든 과학책은 사실을 쉽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독특한 구성이나 재미를 주는 형식이 내용을 전달하는데 도움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지식책도 문체나 구성의 독특함은 중요하다. 단순 명쾌한 문장이나 위트가 넘치는 내용 전개,밝고 활력 있는 서술은 어린이에게 새로운 사실을 아는 즐거움을 넘어 문학의 즐거움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곰』(어린이중앙) 의 경우는 아기 곰의 성장과 곰의 생태를 다룬 과학책이지만 아기 곰과 어미 곰의 대화가 이야기를 이끌고 있다. 대화를 한다는 면에서는 의인화된 듯 보이지만 섬세하고 사실적으로 그려진 그림이 논픽션으로서의 성격을 강하게 드러내는 그림책이다.

『냠냠-쩝쩝!』(그린북) 은 두 박자 리듬의 구성으로 먹이사슬 개념을 쉽고도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누가 작은 새싹을 먹게 될까요□""여러 동물이 먹겠죠□하지만 애벌레가 제일 먼저 도착했어요.

냠냠 쩝쩝!"하는 식이다. 군더더기 없고 활력있는 문장 덕분에 어린이들은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는 기쁨과 함께 이야기가 주는 맛에 빠져든다.

이처럼 지식책도 나름대로 서정적인 맛, 리듬감, 독특한 문체를 통해 문학적 즐거움을 줄 수 있다.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거나 일반적인 사실과 특수한 사실을 혼돈하게 해서는 안되지만 말이다.

포장을 잘 하면 선물이 돋보이듯이 과학책도 이야기나 형식이 뛰어나면 전달하려는 내용을 더욱 쉽고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

이성실 <어린이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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