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배우들 북한 소재 007시리즈 출연기피

중앙일보

입력

북한을 소재로 한 007시리즈 제20탄을 기획하고 있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사 MGM이 한국 주연급 배우들의 출연기피로 캐스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스위스의 불어일간지 `르 탕'이 1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제임스 본드가 남북한을 통일할 것인가'라는 제하의 박스 기사에서 MGM측의 출연섭외를 한국 배우들이 꺼리고 있는 배경에는 9.11 테러사태이후 한반도주변정세를 둘러싼 미묘한 기류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다.

MGM측이 한국의 유명배우 4명에게 피어스 보르스넌(제임스 본드 역) 의 상대 악역인 북한군 출연 교섭을 제의했으나 이들중 1명이 이미 거부의사를 밝힌 것은 "북한내부의 정치적 어려움과 북한의 대남한 및 미국 관계악화를 고려한끝에 내린 결정으로 여겨진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와함께 지금까지 007시리즈에서는 제임스 본드의 적들은 `더 리빙데이라이트(The Living Daylight) '가 옛 소련과 아프가니스탄을 일부 묘사한 것을제외하고는 모두 미친 과대망상증 환자들이었을 뿐 특정국가를 상대로 설정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신문은 미국의 대다수 유명 배우들이 007시리즈에 악역으로 출연하더라도 상당한 인기를 얻기 때문에 출연 교섭제의를 거부하지 않았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한국배우들이 출연을 기피하고 있는 것은 정치적인 관점에서는 타당성이 있는 반응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1세기의 첫 007 에피소드를 장식하게 될 제20탄은 북한군의 강경파 특수요원이 평화적인 남북통일을 지향하는 북한의 온건파 장군을 제거하려 하자 제임스 본드가 이 장군을 보호하기 위해 북의 특수요원과 대결을 벌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네바=연합뉴스) 오재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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