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환경운동 아이콘’ 최열의 추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최열 환경재단 대표가 15일 대법원 선고 공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징역 1년과 추징금 1억3000만원을 선고받은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최열(64) 환경재단 대표가 15일 대법원에서 징역 1년형이 확정돼 교도소에 수감된다. 2007년 경기도 남양주 산업단지 조성사업과 관련해 인허가 청탁과 함께 1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최 대표는 우리나라 환경운동의 대부(代父)로 통한다. 환경운동이란 말조차 생소하던 1980년대 환경운동에 투신해 환경운동연합을 아시아 최대 환경단체로 키워냈다.

 그는 강원대 농화학과 재학 중이던 71년 위수령으로 강제징집됐던 대학생들의 모임인 ‘71동지회’를 결성해 유신철폐운동을 벌였다. 75년 긴급조치 9호 위반, 79년 YWCA 위장결혼식 사건 등으로 옥고를 치렀다. 그는 수감 생활 중 일본의 환경 관련 서적을 탐독하면서 환경운동에 눈을 떴다.

 최 대표는 82년 국내 최초 환경운동단체인 ‘한국공해문제연구소’를 설립했다. 91년 낙동강 페놀오염 사고로 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자 그는 93년 환경운동연합을 창립해 사무총장을 맡았다. 95년 환경 분야 노벨상이라는 ‘골드먼 환경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2000년 환경운동연합이 총선시민연대의 낙선운동에 적극 참여하면서 환경운동의 순수성을 잃었다는 비난을 받기 시작했다. 최 대표는 2002년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에서 물러나 환경재단을 설립, 2005년 대표로 취임했다. 그는 기업 모금과 자체 사업 등으로 다른 환경단체의 활동을 위축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기업 사외이사 시절 받은 거액 스톡옵션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최 대표는 청계천 복원사업, 서울숲 조성사업 과정에서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과 협력 관계였다. 하지만 그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반도 대운하’ 반대, ‘광우병 쇠고기 촛불시위’ 등에 참여하면서 적대적 관계로 바뀌었다.

 2008년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환경운동연합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환경운동연합이 단체 자금을 횡령한 혐의에 대해 수사를 벌였고 최 대표도 수사 대상에 올랐다. 최 대표는 “정권이 4대 강 사업에 반대하는 나를 표적수사한다”며 반발했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특수3부장이 지난해 10억원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김광준 전 검사였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두 차례 기각됐지만 이듬해 4월 최 대표는 업무상 횡령, 특가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대기업 사외이사 재직 때 기부받은 돈을 개인용도로 사용하는 등 5억여원을 횡령하고 산업단지 조성사업과 관련해 청탁 명목으로 1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가 적용됐다.

 1, 2심 결과는 엇갈렸다. 1심은 횡령 부분을 유죄로 봐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으나 알선수재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2심은 반대로 알선수재 부분은 유죄, 횡령은 무죄로 판단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최 대표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최 대표가 개발업체 대표의 청탁을 받고 1억3000만원을 받았고, 실제로 경기도지사와 실무자 등에게 부탁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판결 직후 최 대표는 “이명박 정부가 4대 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나를 장애물로 생각했고 결국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진실은 역사가 밝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찬수·이동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