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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가수, 2년만에 무대서 사라진다"

중앙일보

입력

대중가수의 대부분이 데뷔 후 2년 미만의 활동을 하다가 무대에서 사라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종대 허행량(매체경제학) 교수가 1992년부터 올해까지 10년간 「한국DJ클럽가요차트 100」을 분석한 결과, 국내 가수 가운데 가요차트 100위에 한 번이라도 오른 가수나 그룹은 모두 1천154명(그룹) 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00위에 올랐다가 1년 뒤에 한번도 차트에 다시 오르지 못하고 대중에게 잊혀진 가수가 528명(그룹) 으로 전체의 46%를 차지했다. 데뷔 2년만에 차트에 사라진 가수는 356명(그룹) 으로 전체의 30.7%였다.

따라서 인기가수 차트에 오른 전체가수의 76.7%선인 894명(그룹) 이 2년 미만의 수명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군다나 100위에 아예 오르지 못한 가수를 포함하면 가수의 수명은 이보다 더 낮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10년간 최고 인기가수는 445주간 차트에 오른 이승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신승훈(364주) ▲김건모(284주) ▲김종서(283주) ▲김성호(275주) ▲최용준(263주) ▲김현철(251주) ▲소리새(242주) ▲권인하(241주) 순이다.

가장 오랫동안 차트에 머문 가요는 소리새의 '그대 그리고 나'(226주) 였다. 이어 ▲김성호의 '회상'(221주) ▲이승철의 '그대가 나에게'(212주) ▲2040의 '사랑은 무슨 사랑'(182주) ▲최용준의 '아마도 그건'(181주) ▲함영재의 '커피 한 잔과 당신'(110주) ▲바람꽃의 '이젠'(95주) ▲김종훈의 '나의 꿈 그대 있는 곳까지'(92주) ▲권인하의 '나의 꿈을 찾아서'(89주) ▲박강성의 '내일을 기다려'(71주) 순이다.

10년간 차트 1위에 가장 많이 오른 가수는 신승훈이 33주로 1위를 차지했고, 가장 많은 곡을 차트에 올린 작곡가는 윤일상(69곡) , 작사가는 이승호(77곡) 였다.

제작사 가운데는 도레미레코드가 10년간 213곡을 100위권에 올려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서울(188곡) , 아세아(101곡) , 예당(94곡) , 월드뮤직(90곡) , 지구(82곡) ,삼성(78곡) , 신나라(65곡) , 킹(64곡) , 크림과 대영AV(각 59곡) 순이다.

한편 이번 분석결과, 지난 10년간 ▲가요제목과 가수명의 영어화 급증 ▲일부작사.작곡가의 시장 독과점 ▲경기불황 때 음반수요가 감소하는 등 가요와 경제의 동조화 ▲남성 솔로가수의 수명이 가장 길고 혼성그룹이 가장 단명 ▲음반사 규모 거대화로 가요의 동질화 현상 등이 나타났다.

허 교수는 "가요차트는 대중가요와 가수의 시대별 변화를 농축하고 있는 타임캡슐"이라며 "이번 분석 결과 대중가요에 대한 팬의 애정은 극히 변덕스러우면서도 가수, 작사가, 작곡가 등 소수의 슈퍼스타에게는 강한 로열티를 가진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그는 14일 오후 소비자광고심리학회에서 발표한 이 보고서에 대해 "신뢰할 만한 차트가 없는 가운데 가요산업의 핵심당사자인 가수, 작사가, 작곡가, 음반회사의 추이를 계량적으로 분석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한류열풍의 핵심이랄 수 있는 가요산업의 발전을 위해 음반판매량 집계 시스템의 정비 등 신뢰할만한 차트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 정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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