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흔들리는 세계최강 한국여자양궁

중앙일보

입력

세계최강을 자랑하던 한국여자양궁의 아성이 무너지고 있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9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단체전 3위에 그친 데 이어 홍콩에서 열리고 있는제 12회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개인전, 단체전 금메달을 잇따라 내줬다.

시드니올림픽에서 개인전 및 단체전을 휩쓸던 1년전의 위용은 오간데 없고 누구나 만만히 볼 수 있는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듯한 느낌이다.

이번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 2개에 그친 것은 충격적이다.

비록 대표 1진이 아닌 2진급선수들이 출전했다고 하지만 아시아권만 출전하는 2급대회인데다 그동안 "올림픽에서 금메달따기보다 국내선발전 통과가 더 어렵다"며 두터운 선수층을 자랑해 온 한국이기에 변명조차 쉽지 않다.

특히 그나마 한국과의 격차가 조금 줄었다고 인정할 수 있는 중국, 일본도 아닌 대만에 패했다는 사실에서 국내 스포츠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또 1진이 출전한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준결승전에서 이탈리아에 져 중국, 이탈리아에 이어 동메달에 그쳤었기에 단순한 `불운'으로 치부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한국여자가 잇따라 부진을 보이는 원인으로는 세계정상에 오래 머무르다보니 정신적으로 나태해졌다는 점, 그리고 기술개발을 게을리했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선수들은 지난 8월 군부대입소훈련을 남자선수들이 집단보이콧한 데서 드러나듯 전반적으로 정신적 해이에 빠졌으며 대한양궁협회 집행부와 지도자들도 새로운 기술터득에 매진하기보다는 과거를 답습하는 훈련에 안주해왔다.

9개월밖에 남지 않은 부산아시안게임에서 더 이상의 망신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상대선수들에 대한 치밀힌 분석과 신기술 연마를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박성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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