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나홀로…' 같은감독, 다른꼴

중앙일보

입력

'나홀로 집에'(1990년) 와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2001) . 두 영화엔 닮은 점이 많다.

미국에서 개봉한 날자가 11월 16일로 똑같고,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이 연출을, 존 윌리엄스가 영화 음악을 맡았다는 점도 똑같다.

꼬마가 주인공인 가족 영화로 미국에서 대박을 터뜨린 공통점도 있다. 꼭 열한살 차이가 나는 두 영화. 이 블록버스트의 신화를 비교해보면 미 영화산업의 변화상을 읽을 수 있다.

◇ 스크린 수와 흥행=개봉시 스크린 수의 차이가 미국 극장 산업의 변화를 실감케 한다.'나홀로 집에'가 1천2백여개로 시작한데 비해 '해리 포터'는 3천6백여개를 점했다.3배로 늘어났다. 대신 '나홀로 집에'가 개봉 후 스크린을 2천1백개까지 늘이며 12주 동안 오피스 박스 1위를 기록했지만 '해리 포터'는 3주만에 정상에서 밀려났다.

하지만 수익은 '나홀로 집에'가 총 2억8천5백만 달러로 역대 흥행 순위 12위에 올라있으나 '해리 포터'는 개봉 4주만에 2억3천9백만 달러나 벌어들였다.

외형적으로 크게 팽창한 미국 영화 산업이 전략적으로 짧고 굵은 흥행을 노리는 경향을 감지할 수 있다.

◇ 마케팅 전략='나홀로 집에'는 광고 마케팅 원칙인 3B주의(Baby.Beauty.Beast) 에 충실했다. 그래서 주인공 맥컬리 컬킨의 스타 만들기가 주요 홍보 전략이 됐고 실제 그는 할리우드의 어린 갑부 스타가 됐다.

반면 '해리 포터'는 주인공 대니얼 래드크리프의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가하면 영화 관련 사진 공개도 최대한 늦추었다.

또 TV와 인쇄 매체를 통한 광고와 홍보는 영화 시사회 이후 개봉기간까지 2주간에 집중해 '나홀로 집에'와 대조를 보였다. 이를 통해 마법사로서 해리 포터의 신비한 이미지를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나홀로 집에'가 영화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캐릭터 상품 개발 등 산업화에 실패한 반면 '해리 포터'는 캐릭터 관련 매출만 1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인어공주''미녀와 야수'등 디즈니가 자사 영화의 주인공을 캐릭터화하는데 성공한 것을 슬기롭게 벤치마킹한 덕이다.

실제 미국에선 10만원을 웃도는 '호그와트성'레고 블록, 등장인물의 인형과 옷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시간이 흐른만큼 마케팅 전략이 다양해졌고 산업화 솜씨도 능숙해졌다.

◇ 달라진 동시대 영화들=아무리 '나홀로 집에'가 독주했어도 당시엔 작품성이나 흥행면에서 뜻밖에 성공한 영화들이 많이 나왔다. 줄리아 로버츠의 '귀여운 여인', 케빈 코스트너의 '늑대와 춤을', 워런 비티의 '딕 트레이시', 알 파치노의 '대부3'등 쟁쟁한 영화들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해리 포터'와 어깨를 견줄 만한 작품이 잘 눈에 띄지 않는다.'진주만''쥬라기 공원3''미이라2'등을 손에 꼽을 만하지만 작품성에서 문제점을 드러낸 영화들이어서 90년의 풍성함에는 미치지 못한다. 11년이란 세월이 좋은 영화를 만드는 데는 결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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