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링] '에버리지 107' 95세 볼링 할머니

중앙일보

입력

"난 아직도 청춘이라우."

엘도라 크럼레이(95)는 파울라인쪽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더니 8파운드(약 3.6㎏) 볼을 힘껏 굴린다.

레인 위에서 볼이 데굴데굴 굴러가더니 핀을 모두 쓰러뜨린다. 동료들의 박수에 크럼레이는 손을 흔든다.

여느 볼링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그러나 스트라이크의 주인공이 올해 95세의 할머니라면 흔하다 할 수 있을까.

미국 위스콘신주 메릴에 살고 있는 크럼레이는 미국 시니어 볼링리그에서도 최고령자다. 크럼레이 할머니의 애버리지는 1백7로 지난주 지역 볼링대회에서는 약간 저조(□)한 1백3점을 기록했다.

할머니들로 구성된 아마추어 볼링팀 '포 제로스' 소속인 크럼레이는 매주 수요일 아침 동료들과 볼링을 즐기는 볼링광이다. 크럼레이의 팀에서는 환갑은 나이도 아니다. 가장 '막내'가 63세다.

그는 "나이가 들면 즐거움을 느낄 만한 게 줄어들어. 그러나 볼링장에서는 마음껏 웃을 수 있어 좋아"라고 볼링 예찬론을 편다.

동료 주디 캐민스키(65)는 "누가 아흔이 넘은 할머니가 볼링을 한다고 믿겠어. 완전히 원더우먼이라니까"라며 노익장에 혀를 내두른다.

일찍 남편을 여의고 신발 공장에서 근무했던 크럼레이는 건강과 장수의 비결로 적당한 운동과 매일 저녁 소량의 음주를 꼽았다. 10년 전 볼링을 처음 시작한 이 할머니의 소원은 단 한가지다.

"동료들은 잘 하고 있는데 나는 그렇지 못해. 매우 열심히 연습하지만 맘처럼 안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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