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폐기하면 수사는…범죄 은폐 악용 우려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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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의 개인정보 보관 기간을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 당정 협의안에 대해 검찰과 경찰은 "수사 자료를 폐기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수사기관들은 범죄자가 자신의 휴대전화 요금을 정산하고 개인정보 파기를 원할 경우 범죄를 은폐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검 중수부의 자금추적과 통화기록 조회 등 수사 지원을 담당하는 문무일 특수수사지원과장은 "불법 대선자금 수사처럼 1년이 지난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가 통화 내역"이라며 "통화 내역을 없애면 1차 증거를 모두 폐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도 "살인 사건은 시신이 3개월 이후에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며 3개월간의 통화 내역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지난해 연쇄살인범 유영철에 대한 조사에서 유가 출장마사지 업소와 휴대전화로 통화한 내역이 혐의를 입증하는 중요한 단서가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에는 경찰이 검문 과정에서 발견된 주인 없는 휴대전화의 등록자를 추적해 살인 사건의 전모를 밝혀내기도 했다. 미궁에 빠져 있던 이 사건은 휴대전화 등록자가 7개월여 전에 살해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해결됐다.

공공의 안전보다 추상적인 인권 보호에 치중한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대검의 한 간부는 "이번 협의안은 수사 기관이 국민의 인권을 무작위로 침해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 같다"며 "선량한 일반 시민의 안전보다 범죄자의 인권이 우선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휴대전화 기록은 은행의 현금지급기를 이용하는 것처럼 사회 활동을 하는 전자적인 흔적일 뿐"이라며 "통화 내용이 아닌 관련 기록을 개인정보로 보호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종률 대검 과학수사과장은 "정보통신 기술 발달과 더불어 새로운 범죄 유형이 발생하게 되는 마당에 사생활 보호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범죄 예방과 수사를 효과적으로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승현.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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