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해리 포터·상도 "원작부터 읽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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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가에 출몰한 유령, 돌아온 해리 포터, 부활하는 상도(商道) …. 최근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의 특징은 이렇게 요약된다.

지난주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서점조합연합이 공동집계한 베스트셀러 목록에 따르면 11월 넷째주부터 종합부문 정상을 차지한 『오페라의 유령』(가스통 르루 지음, 문학세계사) 이 3주째 당당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또 지난해 여름 출시된 후 돌풍을 일으키긴 했지만 한동안 20위권 안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조앤 K 롤링 지음, 문학수첩) 이 11월 말에 10위권에 재진입, 지난주엔 4위에 올랐다.

10월초만 해도 10위 권 밖으로 밀려났던 『상도(1) 』(최인호 지음, 여백미디어) 역시 조용히 복귀, 지난주 9위를 기록했다. 이 책들의 공통점은 최근 국내에 소개된(혹은 예정인) 뮤지컬.영화.TV드라마 등 '제2의 창작물', 즉 파생상품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는 것.

이전에도 소설을 토대로 한 영화나 TV드라마들이 있었지만, 이번엔 원작들이 이미 국내 또는 전세계적으로 워낙 큰 화제를 일으킨 탄탄한 작품들인데다 이를 무대 또는 영상으로 옮긴 대중예술물 역시 대형작품들이어서 그 시너지 효과가 만만치 않다.

물론 뮤지컬이나 드라마 등을 먼저 보고 원작을 찾는 독자들이 많긴 하지만 가능하면 원작부터 보는 것이 상식적으로 타당하다.

상상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것은 활자매체 이상이 없기 때문이다. 또 원전을 극화하는 과정에서 변형.축소된 부분이 많아,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여기도 해당된다.

오페라의 유령

천사의 목소리를 타고났지만 선천적인 기형 때문에 가면을 쓰고 파리의 오페라 극장 지하에서 살아야 했던 한 남자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 추리소설 같은 긴박감과 환상적인 배경, 애절한 사랑이 절묘하게 결합된 이 소설은 앤드류 로이드 웨버에 의해 뮤지컬화, 더욱 유명해졌다.

그 뮤지컬이 한국 공연사상 초유의 제작비(총 1백억원) 를 들여 지난 2일 국내상연되면서 한국 출판계에도 '유령'들이 뜨기 시작했다. 문학세계사·예담·문학동네가 원작소설을 잇따라 출간한 것. 돋보이는 것은 가스통 르루의 '오리지널' 프랑스어판을 완역한 문학세계판.

다소 복잡한 만연체의 문장을 그대로 옮겨놓아 속도감 있게 읽히지는 않지만 뮤지컬에서는 생략되거나 축소된 사건과 인물 묘사 등을 볼 수 있고 무엇보다 작품 특유의 신비스런 분위기를 가장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예담출판사는 미 하퍼콜린스사 영역본을, 문학동네판은 미 펭귄북스사 것을 옮긴 이른바 '중역판'. 아무래도 극적인 재미가 좀더 강조되고 읽기 편하게 문장이 다듬어져 있다.

영국제 무대만큼 빛난 국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해리 포터

오는 14일 국내 개봉되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전세계적 베스트셀러 1탄을 '나 홀로 집에' 등의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이 스크린으로 옮긴 것. 이모부 가족에게 맡겨져 온갖 멸시를 받으며 계단 밑 벽장에서 불우한 삶을 살던 해리 포터가 어느날 자신이 마법사임을 알게 되고 호그와트라는 마법학교에 입학하면서 겪는 모험을 그렸다.

작가가 계약의 제 1 조건으로 "소설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것을 내걸고 시나리오와 배우선정, 심지어는 의상 하나하나까지 간섭한 결과 비교적 원작의 맛을 잘 살렸다는 평. 무엇보다 퀴디치(마법의 빗자루를 타고 펼치는 최고의 인기 구기종목) 장면 등에 사용된 특수효과가 볼 만하다고.

하지만 1·2권 7백여 쪽이 넘는 책을 1백52분짜리 영화로 만드는 과정에서 소설 주요 장면을 중심으로 촬영해 원작을 읽어보지 않은 이들에겐 영화 흐름이 다소 버거울 수도 있다는 것이 현지 평론가들의 지적이다.

"마법에 걸리고 싶으세요?" '해리포터' 개봉

상도

조선 후기 최고의 거상 임상옥의 일대기를 그린 대하소설. 10월 중순 시작된 MBC 월화드라마 '상도'는 '허준'의 작가 최완규와 PD 이병훈씨가 다시 손을 잡고 의정부·제주도·금산·상주 등에 야외촬영장을 따로 짓는 등의 과감한 투자를 통해 만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SBS의 '여인천하'에 밀려 여전히 시청률은 고전 중이지만 나름대로 짜임새있는 드라마 전개로 호평을 얻고 있다. 5권에 이르는 원작은 분량이 만만치 않고, 아무래도 드라마보단 속도감.긴장감이 떨어지지만 한국에서 가장 영화화된 소설을 많이 낸 작가 최인호의 역량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MBC 드라마 "이제는 상인(商人)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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