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중국동포, 월드컵 자원봉사 희망 봇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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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6월 우리에게 중국인 안내를 맡겨줄 순 없나요."

월드컵 조직위에 요즘 종종 날아드는 중국동포들의 부탁이다.

중국팀 시합을 보러 몰려올 10만여명(여행업계 예상)의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통역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것.

중국동포 밀집 거주지인 서울 구로동의 서울조선족교회에는 지난 1일 월드컵 조 추첨 이후 매일 수십통의 문의가 쏟아진다.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 출신 김영철(42)씨는 12일 "오래 전부터 중국팀이 한국에서 경기를 하도록 해달라고 월드컵 조직위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렸었다"면서 "자원봉사가 허락된다면 하고 있는 공장일을 당장 때려치우고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들의 마음 속엔 '모국에 필요한 존재'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깔려 있다.

"특히 헌법재판소의 재외동포법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고난 뒤 자긍심과 민족의식이 서서히 자라나고 있다"고 조선족교회 최황규(38)부목사는 분위기를 전했다.

옌볜(延邊) 출신 朴모(38.여)씨는 "늘 냉대받는 불안한 불법체류자 처지에서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여겨지고 싶다"고 했다. 그러고는 "우리는 돈만 벌러 온 게 아니다. 한국어와 중국어를 다 잘하는 우리가 한.중 교류의 매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월드컵조직위 쪽의 반응은 냉랭하다.

불법체류 신분을 공식적으로 활용할 수 없는 현실 때문이다. 관계자는 "게다가 10개 개최도시별로 중국어 통역 자원봉사자 모집이 이미 끝나 교육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崔부목사는 "중국동포들은 월드컵 이후 예상되는 외국인 불법체류 단속을 두려워하고 있다"며 "자원봉사에 동참하면서 이런 불안감을 씻을 수 있도록 유연하게 받아주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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