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화」 가로막는 두 장벽|민중당 5개 국장급 인준부결의 내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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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민중당 중앙상위는 10일 하오 운영회의가 지명한 5개 실무국장 인준을 재석 1백71중 가77 부92 폐기 2로 「비토」함으로써 주식회사 이사진 같다던 동당운영위의 지도력을 도마 위에 올려놨다.
운영회의의 5개 실무국장 인선은 민주·민정 양파의 철저한 요직배분이었고 박순천씨 중심의 민주계는 직계인사만을 추천함으로써 민주계와의 반발과 민정계의 불만을 샀다. 이리하여 당주류파 안의 반란파가 전당대회 후 박순천씨의 당대표 재선출에 반발해온 비주류와 함께 부편에 동조한 것이다. 그러나 이 반란이 성공한 저류는 당 지도층이 넘어서야 할 두개의 장벽을 현실화 해주었다.
그 첫째는 박순천씨를 감싸고 있는 이상철 김대중씨 등에 대한 민주계의 홍익표씨계와 허정씨파의 반감이다. 이들은 재야인사 합류가 좌절되는 것까지 무릅쓰고 박씨를 대표로 재선출하고 계속해서 직계 자파의 세력구축에 나서고 있는데 대해 반감을 표시하고 있으며 계속 박 대표의 후퇴를 요구하는 압력세력으로 남아있다.
둘째는 대통령 후보에 대한 고민이다. 20여명의 소장원외지구당 위원장들과 10여명의 원내인사들은 야당 단일화작업을 통해 강력한 대통령 후보를 10월 지명대회에 포섭하는 것을 절대의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 이들은 신한당과 단합하는 일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최소한 재야인사의 야당단합에 성실했다는 실증을 보이고 야당의 명분상의 대표후보를 내세워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이 작업이 실패할 경우 민중당에 남아있을 수 없다는 극단파도 상당수에 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수뇌진인 운영회의는 당요직의 세력균형에만 골몰해왔다. 더우기 5개 국장을 지명하던 9일의 운영회의는 박순천 대표위원의 8월말 월남방문을 결정했다.
박씨의 방월은 재야인사 포섭에 골몰하는 원외 지구당 위원장들에게는 박씨의 대통령 후보 「이미지·빌드업」 작업으로 받아들여졌다. 10월 지명대회후 대통령 후보가 방월하는 것과 비교할 때 박씨의 8월 방월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며 적어도 박씨 측근들이 결국 박씨 이외에 대통령 후보가 없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 이번 방월 계획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 비주류와 원외파의 주류계 요직배분에 대한 반발은 단순한 요직불만을 넘어 지도층에 대한 불신으로 연장된 것이다. 이미 박순천씨의 영도력은 퇴색했다.
운영회의 부의장인 유진산씨와 박순천씨가 호흡이 일치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 엉성한 지도층이 재야합류를 요구하는 당내의 압력을 10월 지명대회까지 충족시켜주는가가 가장 큰 난제로 남아있는 것이다. <이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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