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배구드래프트, 이경수 변수에 발목

중앙일보

입력

남자배구 드래프트가 또다시 `이경수(한양대) 암초'에 발이 묶였다.

대한배구협회는 11일 조정위원회를 열어 오는 13일 드래프트에 불참하는 이경수와 황원식(경희대)에 대한 사후 대응방안을 찾았으나 규정상 허점에 따른 팀간 이견으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지난해 슈퍼리그 성적 역순에 따라 1순위 지명권을 쥘 공산이 큰 대한항공은 "1,2순위 대상자가 빠진 상황에서 최우선 지명권을 쥐어도 아무런 혜택이 없다"며 1순위 지명권을 이경수에 대한 추가 드래프트 때로 넘길 것을 제안했다.

이번 드래프트에는 출중한 선수가 없는 관계로 참가신청을 낸 3팀에 추첨 구슬을 똑같이 배분하고 나중 드래프트 때 이경수에 대한 우선 지명권을 달라는 얘기다.

그러나 대한항공의 제안은 삼성화재에 의해 거부당했다.

삼성화재는 "만약 추가 드래프트가 실시되더라도 단지 두 선수만 대상자이기 때문에 3순위 지명권 행사가 확실한 우리는 참가해도 뽑을 선수가 없다"고 말했다.

드래프트가 13일 시행을 코앞에 두고 차질을 빚게된 것은 대한배구협회의 엉성한 관련규정에서 비롯됐다.

협회는 프로야구와 농구 등 다른 종목들과 달리 선수에게 드래프트 참가 자율권을 부여, 실업팀의 지명을 피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이처럼 모호한 규정도 고치지 않은 상황에서 협회는 드래프트 폐지 및 내년 자유계약제 전환을 선언해버려 사태를 더욱 꼬이게 한 것. 대한항공 관계자는 "드래프트는 전력평준화를 위해 도입된 제도이지만 협회 규정은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져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말했다.

삼성과 대한항공은 12일 열릴 단장회의에서 대졸예정 선수를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무조건 드래프트에 포함시키도록 협회에 요청할 계획이다.

실업팀 관계자는 "협회가 규정을 모호하게 만드는 바람에 일이 꼬였다"며 "협회집행부가 이경수를 특정팀에 보내기 위한 밀약을 맺었다는 오해를 씻기 위해서라도 당장 바꿔야한다"고 말했다.

만약 두 팀의 의사가 관철된다면 이경수가 드래프트 지명팀으로의 입단이나 그팀을 상대로 한 법정 싸움 중 하나의 선택을 요구받는 것으로 사태는 간단히 마무리될 수 있다.

이에 대해 협회 관계자는 "지금와서 규정을 바꾸는 것은 무리"라고 난색을 표시해 이경수 진로문제를 놓고 이해당사자들은 또다시 한동안 입씨름을 벌여야 하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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