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더블위칭 데이' 앞두고 이틀째 조정]

중앙일보

입력

'소나기는 일단 피하는 게 상책이다.-'

오는 13일의 더블위칭데이(선물.옵션 동시만기일)를 앞두고 요즘 투자자들이 하는 생각이다.

1조2천억원에 달하는 프로그램 차익거래 매물에 맞서기 보다는 시세 흐름에 순응한 뒤 그 이후를 기약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더블위칭데이 이후에도 증시는 휴식시간을 더 가지면서 기간조정 양상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증시는 투자자들의 들뜬 기대와 달리 연말을 의외로 차분하게 넘길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같은 전망은 무엇보다 외국인들의 움직임에서 비롯되고 있다. 지난주말 이후 순매도로 돌아선 외국인 동향이 그렇게 간단해 보이질 않는다.

지난 10일 1천6백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던 외국인들은 11일에도 1천5백억원 이상의 주식을 내다팔았다.

◇ 종합주가지수 700안팎은 외국인 매도 영역=지난해와 올해 2년간 외국인들은 종합지수 700언저리에서 순매도에 치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에대해 현대증권 엄준호 연구위원은 "외국인들이 국내 경제여건에 비추어 적정 주가수준을 종합지수 700선 안팎으로 설정하기 때문"으로 진단했다.

외국인들은 주가가 600선 아래로 떨어지면 한국 주식이 저평가된 것으로 판단해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들이지만, 지수가 700근처에 도달하면 추가 매수를 주저하면서 이익실현 욕구를 강하게 느끼게 된다는 분석이다.

725 이상에서 순매수한 물량은 외국인들도 지난해 초반 증시의 대세 하락국면 진입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덥썩 사들였다는 것이다.

엄 연구위원은 "때마침 연말을 맞아 외국인 투자가들은 포드폴리오 결산을 준비하고 있다"며 "주식을 더 사기 보다는 기존 수익을 굳히려할 공산이 크다"고 진단했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주가 조정은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국제 투자가들은 유럽과 나스닥의 기술주,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주 등을 중심으로 한차례 수익률 게임을 벌인 뒤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의 세계적인 동시 주가상승을 선도했던 주요 기술주들은 단기간에 40%안팎의 높은 수익을 내 추가 상승이 버거운 상황"이라면서 세계 증시는 내년 들어 경기회복의 구체적 조짐을 확인한 뒤에야 재도약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 당분간 개인 주도 장세 전개될 듯=전문가들은 그렇다고 주가가 크게 떨어지지도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개인투자자들이 10조원이 넘는 예탁금을 바탕으로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리며 단단히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11일에도 개인들은 1천6백억원 가까운 주식을 순매수하며 종합지수를 소폭 오름세로 돌려놓았다.

교보증권 최성호 책임연구원은 "종합지수 움직임과 상관없이 개인 선호주들의 각개약진은 활발할 것으로 본다"며 코스닥시장을 중심으로 한 중소형 개별 재료주와 저가권 대형주, 연말 고배당 주식 등이 당분간 유망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광기 기자 kikw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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