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까지 8조원 만기 투기채 펀드 '주의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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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하이일드 펀드 등 고수익 상품에 가입하려는 사람은 판매상품에 어떤 채권이 들어있는 지 더욱 꼼꼼히 살펴야 한다. 여기에 편입된 부실채권이 잘 팔리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하이닉스반도체 회사채 등 시중에 잘 유통되지 않는 채권을 많이 갖고 있는 일부 증권사와 투신운용사들이 채권이 팔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새마을금고의 환매요청을 거절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투자자 손실부담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하이일드 펀드란 신용듭급이 낮은 투기등급 채권에 집중 투자하는 고수익.고위험 투기채 펀드다. 투자자들은 또 이달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무려 8조원 가량의 고수익 상품 만기가 돌아온다는 사실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판매 회사의 자금난 가능성에 대비하라는 것이다.

◇ 정부의 입장=고수익 상품 판매회사는 최선을 다해 상품 내에 편입된 부실채권을 팔아 투자자에게 원리금을 돌려주어야 하지만, 부득이 팔리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이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고수익 펀드는 실적배당 상품이기 때문이다. 새마을금고의 경우도 판매회사인 대우증권과 운용회사인 조흥.서울투신운용이 최악의 경우 팔지 못한 채권들을 새마을금고에 넘겨주면 된다는 게 금융감독원의 방침이다. 결국 채권으로라도 받아갈 요량이 아니라면 새마을금고가 책임 지라는 것이다.

신해용 금감원 자산운용감독국장은 "더 이상 고객 손실을 투신사.판매사가 떠안으면 실적상품이 아니다"며 "이는 개인투자자에게도 적용된다"고 말했다.

◇ 고수익 상품별 만기도래 현황=금감원에 따르면 대한투신 등 투신사들이 후순위채 펀드(CBO), 하이일드 펀드, 뉴하이일드 펀드 등 고수익 상품에 지니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 회사채는 지난 10월말 현재 모두 9천8백21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쌍용양회.현대상선.현대석유화학.현대건설 등 유통이 어려운 회사채들까지 포함하면 무려 1조8천8백억여원이다.

이런 가운데 이달부터 내년 6월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CBO 펀드, 하이일드 및 뉴하이일드 펀드 등 고수익 상품 규모는 모두 7조9천8백4억원에 이른다. 특히 3월과 6월의 만기규모는 각각 2조5천7백47억원과 1조7천5백20억원이다.

◇ 업계의 우려=증시 관계자들은 "최근 주가와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어 채권형 고수익 상품의 메리트(이점)가 점차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발행된 상품의 만기가 무더기로 돌아오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최고 20%대에 육박했던 고수익 상품의 수익률이 올들어 계속 떨어져 현재 8% 안팎에 머물고 있다. 고수익 상품에 가입했던 투자자들이 투자원금을 떼일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만기를 연장할 이유가 별로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H투신운용의 한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과 펀드 판매회사간의 무더기 소송이 우려된다"며 "상품 만기로 인한 판매사들의 일시적 자금난을 해소하려면 결국 큰 혜택을 주는 또 다른 상품을 만들어 만기를 연장시키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봉수.하재식 기자 lbso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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