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로 두께 1.2m…로켓 공격에도 거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3호기는 공정률이 99%다. 올해 9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직원이 발전소 기기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한국수력원자력]

5일 오후 2시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고리원자력발전소’. 10여 분간 승용차를 타고 여러 개의 언덕을 지나자 찌푸린 하늘 사이로 회색빛 돔 두 개가 보였다.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3, 4호기였다. 이 발전소는 한국이 해외에 사상 처음으로 수출한 아랍에미리트(UAE) 원전과 같은 모델(용량 140만㎾, 수명 60년)이다. 기존 모델(100만㎾)보다 용량을 40% 늘리고 수명도 50%(20년)나 연장했다.

 양명일 한국수력원자력 신고리 제2건설소 기전실장은 “종합성능시험 중인 3호기는 현재 공정률이 99%를 넘는다”며 “핵 원료만 장착하지 않았지 나머지는 모두 제대로 작동 중”이라고 말했다. 신고리 4호기도 현재 공정률이 95%에 이른다. 그런데도 돔 모양의 원자로는 회색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양 실장은 “돔을 페인트 등으로 칠하지 않은 건 돔의 균열을 수시로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높이 84m, 지름 45m의 원자로는 두께가 1.2m에 달한다. 지진 등에 대비하기 위해 단단한 암반 위에 건설된다. 이 때문에 로켓 공격을 받아도 파괴되지 않을 정도로 튼튼하다고 했다. 양 실장은 “9·11 테러 이후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비행기 공격에도 끄떡 없도록 바짝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신고리 원전 3호기 내부에 들어서자 대형 터빈 3개와 발전기가 보였다. 이 발전기 하나가 5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140만㎾)를 생산한다. 북한의 수풍댐(60만㎾)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양이다. 1937년 압록강 하구에 건설된 수풍댐은 건설 당시엔 아시아 최대의 댐이었다.

 주관제실을 지나 10분가량을 철제 계단을 오르자 이번엔 대형 철문이 나타났다. 원전의 심장 격인 원자로로 들어가는 입구였다. 수십㎝ 두께의 첫 번째 대형 철문을 열고 들어가니 또 다른 대형 철문이 앞을 가로막았다. 현장 관계자는 “방사능 누출을 막기 위해 하나의 문이 닫혀야 다른 문이 열리도록 설계돼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수원 직원도 원자로 내부까지 들어온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이곳 설계의 중점 사항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었다. 우선 핵연료를 재장전할 때 7~8m 깊이의 수조에 물을 채운다. 물속에서 연료를 교체하면 방사능이 누출되지 않는다고 한다. 신보균 시운전실장은 “원자로 내에 붕산수가 들어 있는 네 개의 대형 탱크를 설치해 놓았다”며 “핵연료에 문제가 생길 경우 핵연료에 붕산수를 직접 주입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붕산수는 핵반응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한수원은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이 사건 이후 안전성에 대한 국민 불안감이 커져서다. 여기에 지난해 말 위조 부품 사용 사실까지 겹치면서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다.

 한수원은 일본 쓰나미 이후엔 1조1000억원을 들여 원전의 내진 설계를 강화했다. 설계 기준을 초과하는 강진이 발생하면 원자로를 자동 정지시키는 기능도 추가했다. 최근 문제가 된 위조 부품은 모두 교체했다. 김범년 한수원 설비본부장은 “1978년 고리 1호기를 해외 기술로 건설했지만 35년 만에 순수 국내 기술로 해외에 수출하게 됐다”며 “안전성 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