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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개혁|월남전의 특수붐 타고 기대에 부푼 업계|파월군용 「통조림」공급 계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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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월남전쟁을 에워싸고 일어난 특수「붐」을 타고 각국은 저마다 경제적인 실리를 추구하여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도 직접 병력을 파월한 국가로서 굳이 이러한 실리를 외면해야할 이유는 없고 또 적어도 국군의 주·부식만은 우리 것올 써야한다는 점에서 주월국군주·부식의 「통조림」공급계획이 구체화하여 9월초에는 1차 납품이 실현될 단계에 있다.
『2차 대전에서 일본이 패한 이유중의 하나는 군입들이 불을 짚혀서 밥을 끓여 먹어야 했던 일』이라고 지적된 적이 있다. 주월 한국군용 주·부식을 통조림으로 가공·공급하려는 계획은 이러한 번잡성을 피하여 통조림 식품의 장점을 최대한활용하고「달러」를 벌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려는 것. 당국은 그 성과를 보아 다음단계로 국군전반, 그리고 시판까지 구상, 이번 계획을 현안의 「식품혁명] 인 식품의 공업화로까지 이끌어갈 방침이다.
유사이래 중요한 생활기술의 하나였던 식품저장의 필요성은 소금과 초 조림방법을 생각해내었고 통조림이 나오면서 식생활에는 큰 변혁이 왔으며 거기다 병조림, 냉동식품까지 출현, 바야흐로 세계는「인스턴트」 식품 「붐」.
우리에게 낯익은 「네스·코피」와 각종분말 「주스] 는「인스턴트」 음료의 전형이며 최근에는 「라면」이 판을 쳤고 외국에선 유아식 환자식 미용식 조리식 (각국의 민족풍요리나 「스프」)에다「펫·푸드」(Pat Food=애완 동물용 사료) 까지 나오는 형편. 최근엔 「폴라스틱·필름 」으로 포장한「인스턴트] 식품과 동결진공법에 의한 건조식품도 등장했다.
영국에선 1백3년 전의 통조림을 그대로 먹을 수 있었던 예가 있고 미국의 「모르모트」를 대상으로한 실험에서는 통조림식품을 쓰면 출산율을 높이고 출생시의 체중이 무거우며 이유기의 사망율이 낮다는「데이터」도 나왔다.
미국의 군수식량 수송저장 및 조리합리화 계획에서 싹이 튼「인스턴트」식품은 맞벌이와「fp저·붐」을 타고 혁명적으로 보급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전초「붐」이 서서히 일고있는 셈.
그러나 곡물이 전체의 78% (「칼로리」기준)를 차지한 한국의 식품소비겸향은 식품혁명을 가로막는 가장 큰 「핸디캡」.
그런데 세계의 연간 통조림 생산량은 4백억관 (미국70%·영·독·불·가나타·일본20%·기타10%) , 종류가 1천2백종 (일본8백종·한국70종 내외) 이며 1년에 한사람이 미국2백50관, 영국1백25관, 일본25관을 소비하고 있는데 비해 한국은 한 깡통도 안 되는 끌.
일본의 경우 지난 몇 년간의 식량소비구조변화로 통조림생산량은 거의 배가되었으며 연간 수출액이 2억「달러」를 돌파, 수출품목중 제3위의 비중이다.
우리나라의 통조림공업도 6·25동난 후 군납으로 한때 활기를 띠었으나 그 뒤의 군수감소로 사양화했으며 지금은 그나마 군납이 완전중단 되어 판로를 해외로 전환, 생산량의 50%이상을 수출하여 명맥을 유지하고있지만 65년의 전국통조림공장 가동율은 겨우15%.
수산물이 대종을 차지한 전국의 통조림공장은 58개. 연산능력은 3백40만관인데 그대부분이 휴업내지 폐업상태.
정부의 주월 국군용「C·레이션」(야전휴대식량) 통조림화 계획은 이러한 지금까지의 식품소비 경향을 획기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시험적 성격을 떤 것이며, 현재로서는 식품혁명의 가능성이 충분히 예견된다.
당국은 이미 산은총재를 위원장으로한 설립추진위를 구성. 7월 안에 종합식품공사 (산은70%출자, 나머지는 민간출자)를 설립하고 산하에 전국의 통조림공장을 지정, 계열화하여 엄격한 위생 및 검사관리를 거쳐 9월에는 1차 군납을 단행할 예정인데 납품방법은 주한미군구매처와 수의계약을 절충중.
이미 지점된 23개 공장에서 만들 군납통조림의 종류는 쌀밥 김치 장조림 콩자반 두부선 「소시지」꽁치 오징어 쇠고기 야채 돼지고기 멸치등 11종이며 고추장 소금 성냥 휴지 껌 인삼차의 통조림화도 계획되고있다.
이 중에서 가장흥미 있는 것은 김치와 쌀밥인데 김치와 깍두기는. 미국의 병조림, 일본의 통조림이 있다. 일본 것은 교포가 만든 것으로 국내특허도 가지고있는데 이와는 별도로 국내에서 2건의 특허신청이 접수되어 있다. 김치통조림은 산화방지라는 기술적 이유 때문에 깡통 크기가 2인1식 분 정도로 제한되며 2년간 저장이 가능하다는 얘기.
그러나 첫 시도인 쌀밥통조림은 기술적인 문제를 아직 완전히 해결 못했다.
쌀을 통조림해서 가열하면 밥이 되어도 50일이 지나면 밥이 「알파」(α)상태에서「베타」 (β) 로 변하여 마치 선 밥처럼 된다는 것. 이걸 더운물에 넣고 끓이면 다시 「알파」로 환원되지만 그 상태가 유지되는 건 불과 이틀.
공장에서 만들어 월남까지 수송하자면 50일도 더 걸리고 그렇다고 끓여서먹으면 (그것도 이틀 안에) 번잡하기는 마찬가지.
그래서 국방부의 병식연구 자문위는 그 해결책에 부심하고 있는데 묘안이 없으면 그대로 생산을 강행할 모양이다.
쌀밥통조림계획의 발단은 통조림공장을 맡고있는 양씨가 박 대통령에게 시제품을 바친데서 비롯된 것.
이걸 즉각 실행토록한 박 대통령의 지시는 결과적으로 주월한국군의 l일1식 분에 연간91만2천 적자 (9백만 「달러」) 군납을 가능케 했으며 금후 2식 분으로 확대되면 납품량도 배가된다.
이로 인해 관계공장의 가동율도 30%로 배가되며 「코스트」면에서도 별반 문제될 것이 없다. 이것이 국군전반과 시판으로 번져가면 통조림업계는 오랜만에 경기를 되찾고 이를 계기로 품종의 다양화와 품질개선 및 가격인하 에도 박차가 가해질 전망.
그러나 국내적으로 보면 통조림식품이 아직도 비싸고 편리는 하지만 맛이 없고 신선하지 않다는 결합이 문젯점으로 남아있다.
물론·생식을 하면 생선을 예로 들어 수송·포장·보관비가 불고 또 조리과정에서30내지 40% (삐, 머리와 꾜리 및 지느러미부분) 는 버려야하나 통조림 몸체만 쓰고 나머지 부분을 사료화 하여 원가절감에 노력하며 또 영양가가 높기 때문에 반드시 비싼 것만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깡통한개의 원가가 14원70전이니 세 개가 들어가는 「도마도주스」 한 깡통에 50원이 불가피하다 쳐도 50원어치 「도마도」를 그냥 먹는 경우와 비겨 확실히 비싸다.
당국이 추정한 1식 분 (밥, 쇠곤기, 김치, 부속대) 원가는 1백39원30전, 다섯식구에 하루분이면 2천89원50전, 그런데 쌀 서되 (한 그릇 2합) 에 하루부식비로 5백원을 쳐도 고작7백원내외.
그래도 한국의 통조림가격은 2할 점도가 싼셈. 따라서 통조림값이 비싼 것이 아니고 일반식료품가격이 외국보다 싸다는 얘기며 이점이 오래된 식생활관습을 깨치는 것과 함께 식품혁명이 당면한 과제다. <박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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