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류 모자이크병 원인균 염기서열 첫 해독

중앙일보

입력

오이와 수박, 참외 등 채소류의 `구제역'으로 불리며 해마다 농민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 있는 `녹반 모자이크 바이러스'의 전체염기서열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 해독됐다.

서울여대 식물바이러스유전자은행 류기현 교수팀은 오이, 수박, 참외, 멜론, 쥬키니 호박 등의 박과작물에 감염돼 과실 기형과 식물 위축 등의 병을 일으키는 원인병원체인 `녹반 모자이크 바이러스(green mottle mosaic virus)'에 대한 특성 규명과 함께 염기서열을 해독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재단의 특정기초연구비와 특수연구소재은행인 식물바이러스유전자은행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또 연구결과는 최근 국제미생물연합 및 국제바이러스학회 공식학술지(Archivesof Virology)에 실린데 이어 미국식물병리학회 공식 국제학술지(Phytopathology) 내년 2월호에도 게재될 예정이다.

모자이크 바이러스는 수박을 비롯 참외, 오이, 호박 등 밭채소에서 주로 발견되는 전염병으로 지난 89년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뒤 지난 98년 이후 전국적으로 번져매년 수십억원대의 피해를 내고 있으나 현재까지 치료법이 없는 실정이다.

류 교수팀이 이번에 염기서열을 해독한 바이러스는 오이에서 분리한 `규리(Kyuri.오이) 녹반 모자이크 바이러스(KGMMV)'와 몸통이 길고 국내에서 폭넓게 재배되는쥬키니 호박에서 분리한 `쥬키니 녹반 모자이크 바이러스(ZGMMV)' 등 2가지. 연구진은 염기서열 해독결과 ZGMMV와 KGMMV의 유전체가 각각 6천513개, 6천514개의 염기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 유전체에는 단백질을 합성할 수 4개의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류 교수팀은 특히 특수제작된 프라이머(DNA 복제 시발물질)를 사용, 이 바이러스의 복제 유전자를 만들어 호박과 오이, 담배 등에 접종, 야생형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것과 같은 증상을 만드는데도 성공했다.

류 교수는 "이번 연구로 효율적인 유전자 진단법과 방제법이 없는 모자이크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게 됐다"며 "농업 뿐만 아니라 동물과 인체용백신 같은 의료용 단백질을 대량으로 발현, 생산할 수 있는 바이러스벡터로 활용성이 무한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