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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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관상대 예보가 오랜만에 맞아드는 것인지 이젠 숫제 찌기시작했다. 물난리가 빚은 상처가 미처 아물기도 전에 엄습한 열기가 심상치 않다. 무더위의 도래와 함께 벌써 작년에 왔던 각설이격인 뇌염이 출몰하기 시작. 무더위로 해서 느끼는 불쾌감을 문화인답게 불쾌지수라는 숫자로 표시해 보았다고 불쾌감이 덜해지는 것도 아니다. (습구온도+40?6해서 나오는 숫자가 불쾌지수라지만 범인으로선 그게 모두 무슨 소리인지 헤아릴 도리가 없다. 다만 불쾌지수의 계산에 반드시 가미되어야 할 중대한 인수가 하나 빠져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것은 무더위에 허덕이는 서민들의 마음에 비치는 개인 살림과 나라 모양의「이미지」의 쾌?불쾌. 개인 살림이 옹색한 것은 어제 오늘 시작된 일이 아니며 70년대 후반에나 가서 어떻게 될것이니, 생각할 것도없다. 그러나 나라가 돌아가는 모양이나 국사가 처리되는 솜씨만은 마음만 먹으면 개선될 수 있고, 그것이 시원하고 후련하게 처리될 때 백성이 느끼는 쾌도 습기와 온도에서 계산되는 소위 불쾌지수를 크게 덜해주지 않을까.
어려운 얘기는 그만 두고, 근래에 연달아 일어난「테러」사건만이라도 촌분의 의심의 여지없게 처리해 주었으면 얼마나 시원할까. 정치「테러」면 어떻고, 보통「테러」면 어떠냐. 남을 제재를 받아야하고 그에게 제재를 하려면 우선 잡아놓고 볼일.
그다음, 북괴기술자가 일본에 들어온다, 안 온다, 하는 얘기도 그렇다. 「비자」를 내주고 안 내주고 하는 것은 일본이 할 일이지만 그것에 대처하는 우리쪽의 기세가 초강경에서 강경으로, 그다음 온건, 관망, 타협, 그러다가 다시 강경으로 곤두박질을 하는 바람에 맥이 빠지고 무더위에 대한 내성은 완전히「제로」가 되어 버린다. 야당이 노는 꼴은 또 뭣이냐. 말문과 함께 숨구멍이 막힌다.
불쾌지수 계산에는 온도와 습도 이외에「알파」를 가산해야 한다. 일컬어 세태지수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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