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선축구] 히딩크 전술적 유연성 돋보여

중앙일보

입력

미국은 유럽 스타일의 팀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깨는 평가전이었다.

주전 11명중 무려 5명(구티에레스·아마스·도노반·존스·울프)이 1m75㎝도 되지 않는 단신들로 구성돼 ‘빠르고,민활한’ 플레이 스타일로 반영됐다. 4-4-2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수비는 과거 94·98 월드컵 당시 브라질이 썼던 포백 시스템을, 미드필드는 98 월드컵 우승팀 프랑스를 보방한 다이아몬드형을 구축했다. 공격은 전형적인 투스트라이커를 가동했다.

미국은 한마디로 한국 축구가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큰 ‘선물’을 줬다. 미국은 수비라인이 일자백을 고집하면서 좌우 풀백이 터치라인 쪽으로 벌릴 때 수비수간 간격이 넓어져 한국 공격수들과 미드필더들이 침투할 수 있었다. 또 북중미 예선에서 드러난 미드필드 약세는 여전히 공·수의 힘을 반감시키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히딩크 감독은 세가지의 큰 전술 포인트를 운용했다.

첫째는 유상철을 중앙수비로 기용하며 수비지휘를 하게 한 점과 송종국을 미드필더로 변화시켜 ‘멀티 플레이’에 대한 테스트를 계속한 점이다. 둘째는 박지성을 공격형 미드필더(해석에 따라 셰도우 스트라이커)로 활용한 점이다. 마지막은 이을용·김남일·송종국을 수비에 비중을 두게하고 최태욱과 이천수를 공격에 비중을 두게하는 공격강화 의지였다.

세가지의 전술적 포인트는 비교적 선수들이 무난히 소화했다. 미국이 단조로운 긴 패스로 공격을 시도할때 노련한 유상철을 축으로 한 최진철-김상식 수비라인은 오프사이드 함정으로 상대의 공격의 맥을 끊었다. 박지성의 활약은 ‘백미’였다. 박지성=수비형 미드필더라는 등식을 깨며 숨겨진 탤런트를 숨김없이 보여줬다. 앵커맨과 같은 역할과 때에 따라서는 황선홍 포지션을 스위치 해 미국 수비를 혼란시킨 것은 동료 미드필더들에게 패스할 공간 확보와 때에 따라서 중거리 슛 기회를 줬다.

5명의 미드필더(3-5-2로 해석할 경우)와 4명의 미드필더(3-4-3,3-5-1-1)로 볼 경우(한국은 이날 미드필드의 변화가 무쌍했다) 모두 3명(이을용·김남일·송종국)을 수비에 비중을 두게 하며 발빠른 최태욱과 이천수를 극대화한게 효과를 봤다. 미국의 수비수들이 스피드가 떨어지는 것을 이용한 히딩크의 전술적 유연성이 돋보였다.

유럽에서 활약하는 주전들이 대거 빠지긴 했지만 본선 상대인 미국을 꺾고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하지만 1-0으로 리드한 이후 느슨한 플레이로 후반전에는 밀리는 경기를 한 것처럼 ‘미국은 약하다’라는 오만은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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