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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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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5면

지금 발간되는 통속잡지는 10여종을 헤아린다. 썩 잘 팔리는 잡지의 부수는 2만5천 정도. 그리고는 1만부 내외이다. 그만한 부수이면 현상은 유지된다. 요즘 월남으로 가는 부수 때문에 편집자들은 조금 「시원한 불경기」를 누리고 있다. 이른바 「교양지」들이 숨가빠하는 잡지풍토에서 통속지들은 그나마 숨을 가누고 있다.
통속잡지들의 상태는 대개는 서로 비슷하다. 「미풍양속」의 변방에서 가급적이면 적선지대에 접근하고 있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관능적인 기사와 폭로의 대상이다. 관능적인 기사는 필자도, 그 삽화를 그리는 화가도 익명일 경우가 많다.
「무명인」이라는 필명도 때때로 눈에 띈다. 통속잡지의 체취는 우선 광고에서 의식된다. 거의 전부가 「성병」에 관한 처방약들이다. 지난 7월호에서 「윤위」가 지적한 기사들은 역시 「미풍양속」에 저촉된 부분이었다.
「아무리 여자가 좋기로소니 자기×같은 여자들에게 그게 무슨 짓이람」(부부 7월호·기사취소의 예) 어느 배우를 두고 하는 「고시프」였다.
「남자권총 ……」 (사랑 7월호·기사 취소)
「어느 대학 ××님은 점잖지 못하게 자기집 식모를 둘씩이나 …」(소설계 7월호·경고)
통속지의 독자들은 청소년 계층에 주로 많다. 그들의 학력은 중졸정도가 될까말까한 수준. 직업소년이 그 중에서도 많은 비율이다. 아니면「아노미」증상에 있는 대졸들. 정신적인 불모이고 자기에 대한 반응과 충동에 민감하며 권태와 무기력 속에 빠져 사는 사람들이다.
통속지들의 상업적인 타협은 그 위에서 이루어진다. 비애와 감상으로 독자들을 위로하거나 몽상속으로 그들을 인도하거나…
기사제목들은 우선 그런 것을 암시하고도 남는다.
「절망에서 글픈 종소리 울릴 때」
「미망인은 서럽다. 아! 과부」「여자는 왜 울어야 하나」「자살 13장」「밤을 위해 인간은 산다」「관상 보기」등등.
「…이렇게 해서 나와 ×를 스쳐간 수는 기관총알처럼 부지기수다」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을 정도다. 모든 현상을「에피소드」 혹은 「단편」화하며 무감각하게 만든다. 시정인의 생활과는 엄청나게 동떨어진 향락성향의 암시로 독자들의 실의를 달랜다. 「안가한 눈물과 웃음」을 편집의 묘약으로 삼는다.
그러나 편집자들에게도 고통은 없지 않다. 잡지사들의 경영규모는 소가족의 크기다. 10명의 사원이 넘는 예가 많지 않다. 그럴수록 발행인의 주문이나 참견이 많다. 편집자나 기자의 가치관념은 무디어질 수 밖에 없다. 「어쩔 수 없다」고 편집자들은 퍽 딱해하며 말한다. 그들은 모두 「학사」들이었다.
「잡지윤위」는 편집자들이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제도적인 독자의 구실을 하는 것에 의외가 있다. 통속지들이 「위안잡지」에서 한 걸음 앞설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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