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간 심한 두통 후 멀쩡해 내버려뒀다가…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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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삼성서울병원]

인기 탤런트 안재욱씨가 최근 미국 여행 중 뇌출혈을 일으켜 현지에서 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이 있었다. 멀쩡해 보이던 사람이 갑자기 심한 두통과 함께 구토를 했고, 병원으로 이송돼 5시간여에 걸쳐 뇌수술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안씨의 병명은 지주막하출혈. 뇌 속 약한 부위의 혈관(뇌동맥류)이 터져 뇌를 감싸는 공간 속으로 피가 흘러 들어갔다는 것이다. 뇌동맥류는 언제 터질지 몰라 ‘머릿속 시한폭탄’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김종수(52·사진) 교수에게 뇌혈관 질환에 대해 들어본다.

- 뇌졸중이란 무엇인가.

“뇌졸중은 뇌경색과 뇌출혈로 나눌 수 있다. 우리나라는 뇌경색이 70~80% 정도이고, 뇌출혈은 20~30% 정도다. 뇌경색은 혈전(작은 피 덩어리)이 떠다니다가 갑자기 갈라지거나 좁아진 혈관을 막으면서 피가 통하지 않게 되는 것을 말한다. 동맥경화증에 의해 뇌 혈관이 딱딱해지고 좁아진 경우,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로 인해 혈관이 수축한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뇌출혈은 뇌혈관의 약해진 부분이 부풀어 올라 터지게 되면서 출혈이 생기고, 이에 따라 뇌의 다른 부분으로 피가 고이는 것을 말한다. 뇌동맥이 터지면 뇌의 신경세포들이 산소와 영양공급을 받을 수 없어 기능을 할 수 없게 되고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 뇌경색은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

“뇌혈관의 어느 부위를 막느냐에 따라 증상이 다르다. 보통은 신체 한쪽의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둔해진다. 시야를 담당하는 부위에 문제가 생기면 눈이 갑자기 잘 안 보이고, 언어능력을 담당하는 부위에 문제가 생기면 말을 잘 못하거나 동문서답하기도 한다. 발음도 어둔해진다. 갑자기 어지럽고 걸음이 휘청거리는 것도 특징이다.”

- 전조 증상이 있다던데.

“뇌동맥으로 가는 혈류가 일시 차단돼 뇌경색 증상이 나타나지만, 혈관이 금세 넓어져 혈류가 다시 흐르는 경우다. 보통 30분 이내에 모든 증상이 사라진다. 이런 것을 경험했다면 단순히 두통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병원에 찾아가 뇌 MRA(Magnetic Resonance Angiography)검사를 받는 게 좋다.”

- 뇌출혈도 뇌경색과 증상이 비슷한가.

“그렇다. 대개는 평생 경험하지 못한 심한 두통을 겪는다고 한다. 또 속이 메스껍고 토하고, 뒷목이 뻣뻣하며 한쪽 손발이 마비되기도 하고, 한쪽 눈꺼풀이 처지는 등의 증상이 생긴다.”

- 뇌경색이 생겼다면 어떤 치료를 하게 되나.

“증상이 생기면 3~6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해야 한다. 일단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해 뇌출혈이 아닌 것을 확인하면 혈전용해제로 막힌 곳을 뚫어 주변 뇌세포가 파괴되는 것을 막는다. 급성기가 지나 환자의 상태가 안정되면 적극적인 물리치료 등으로 손상된 신경이 다시 회복되도록 해야 한다. 뇌경색이 한 번 일어났던 사람은 다시 재발할 위험이 있으므로 정기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 뇌출혈은 어떤 치료를 하나.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뇌동맥류(혈관꽈리)를 클립으로 집어주는 수술을 한다. 그쪽으로 더 이상 피가 가지 않기 때문에 더 부풀어 오르지 않고, 터질 위험도 없다. 경우에 따라 서혜부(사타구니)를 통해 뇌혈관까지 가느다란 코일을 집어넣어 혈관 꽈리 안에 백금 코일을 채우는 방법도 쓸 수 있다. 의사마다 잘하는 분야가 다르고, 소견이 다를 수 있으므로 경험이 많은 의료진 2, 3명에게 의견을 구하고 수술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

- 어떤 사람이 잘 걸리나.

“뇌졸중은 갑자기 발생하지만 느닷없이 생기는 병은 아니다. 수년에 걸쳐 뇌혈관에 문제가 쌓이고 쌓여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정도일 때 혈관이 터지거나 막히게 된다. 보통 40~50대부터 많이 생기기 시작해 60세 이후 노령층에서 빈발한다. 따라서 뇌혈관에 손상을 줄 수 있는 원인들을 제거하거나 줄이면 예방할 수 있다. 고령의 나이,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흡연, 과음, 고지혈증, 비만 등이 주요 위험인자다.”

- 예방법은 무엇인가.

“고혈압은 뇌경색이나 뇌출혈의 가장 큰 위험요인이다. 짠 음식을 피하고 혈압이 높으면 고혈압 치료제를 복용해야 한다. 혈압이 조절되면 뇌졸중의 위험이 크게 감소한다. 뇌경색을 막기 위해서는 특히 콜레스테롤이 높은 달걀, 버터, 비계, 동물의 내장, 새우, 조개 등을 피하고 생선이나 식물성 지방의 섭취를 늘리는 식이요법과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계속 높게 나오면 약물로 조절할 필요가 있다. 흡연은 뇌졸중의 위험성을 높이지만 오랜 기간 담배를 피운 사람도 금연을 하고 3~5년이 지나면 뇌졸중의 위험이 훨씬 줄어든다. 또 당뇨병과 심장질환도 뇌졸중 위험을 높이므로 함께 치료해야 한다. 술도 지나치게 마시면 혈관을 늙게 만든다. 이러한 위험인자들을 가진 사람은 40~50대부턴 MRA를 한번 찍어보면 좋다.”

- 그렇다고 너무 걱정하고 사는 것도 안 좋다던데.

“뇌질환을 머릿속 시한폭탄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불발탄이 더 많다. 요즘 검진을 많이 하기 때문에 혈관꽈리(뇌동맥류)를 발견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대부분은 평생 안 터지고 건강하게 살다가 죽는다. 보통 뇌동맥류 환자 10만 명당 10~20명만이 터진다. 혈관에 안 좋은 행위는 피하면서 꾸준히 운동을 하고 체중을 조절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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