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서울대 공대 아들, 절뚝거리더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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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실장 태우고 직접 운전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오른쪽)가 8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자신이 직접 운전하는 승용차에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을 태우고 인수위를 나서고 있다. 법조인 출신 정 후보자는 지난해 4월 19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장을 역임했다. [인수위사진취재단]

정홍원 총리 후보자는 8일 “유학자였던 선친이 가르쳐준 ‘나라가 어려울 때는 어진 재상을 생각한다(國難思良相)’는 구절이 지금 떠오른다”고 말했다. 나라가 어려울 때 국무총리라는 중책을 맡았다는 소회를 밝힌 것이다.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총리로 내정된 심경과 포부 등을 밝히면서다.

 그는 박근혜 당선인으로부터 5~6일 전에 제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두 차례 직속상관으로 모셨던 친박근혜계의 원로인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의 천거설에 대해선 “모른다”고 말했다. 장남의 병역 면제와 관련, “진단서가 있으니 충분히 소명은 될 것”이라면서도 “(내가 총리 지명돼) 자식의 약점 들추는 것 같아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부산에서 경남중을 졸업했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부산으로 가서 영도초등학교를 다녔다. 당시 둘째, 셋째 형님이 부산에서 대학을 다니셨는데 같이 지냈다. 부산시내 간판이 모두 한자였는데 어린 내가 다 읽으니 주변에서 ‘애늙은이’라고 놀렸다. 어린 마음에 방학 때 고향 가서 부모님께 ‘부산 안 가겠다’고 했더니 2학년에서 3학년을 건너뛰고 4학년으로 월반시키셨다. 정상적으로 다녔으면 인생이 달라졌을 거다.”

 -왜 그런가.

 “그때 월반 안 했으면 경남중을 졸업하고 그냥 경남고로 갔을 거다. 그런데 내가 고등학교 가는 해에 진주사범이 마지막 학생을 뽑았다. 유학자이신 선친은 교사가 최고라고 여기셨고 나를 진주사범에 가도록 원하셨다. 경남고에 갔다면 서울대 법대 가서 그냥 엘리트 코스를 평탄하게 밟았을 거다.”

 -서울의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는데.

 “1963년부터 1~2년 교편 잡다 군대에 현역으로 입대했다. 만기 제대 이후 다시 약 2년간 교사로 일했다. 그리고 공부를 더 하려고 성균관대 법대에 야간 과정으로 입학했다. 주경야독을 한 셈이다. 대학 4학년 때 고시공부를 시작했고 2년 만에 합격(사시 14회)했다.”

 -김기춘 전 장관과의 인연은.

 “그분이 법무연수원장 때 내가 기획과장으로서 모셨다. 그분이 검찰총장 때도 나는 대검 과장이었다. 직속상관이었던 셈이다.”

 -총리 제의를 언제 받았나.

 “며칠 전이다. 너무 세세하게 공개하기 어렵다. 대략 5~6일이 안 넘었다고 보면 된다.”

 -박 당선인이 삼고초려(三顧草廬)했다는데.

 “삼고초려는 심한 표현이다. 제안이 왔을 때 ‘나는 아니다. 내가 그 자리 맡을 인품은 못된다’고 했다.”

 -검사인 아들이 병역면제를 받았다.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석·박사 과정 할 때 매일 컴퓨터 앞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연구실 프로젝트를 많이 했다. 그때 허리 디스크가 와서 절뚝거렸다. 아내가 놀라서 병원에 데려갔는데 디스크라 수술해야 한다고 하더라. 결국 부산에서 치료하면서 좀 나아졌다.”

 -어떤 총리가 되고 싶은가.

 “당선인께서 나를 총리로 지명한 것은 보통사람을 중시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왜 스스로를 보통사람이라고 보나.

 “나는 화려한 스펙도 없다. 검사를 했지만 초등학교 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장세정 기자

◆ 정홍원(69) 총리 후보자

약력 ▶경남 하동 ▶진주사범학교·성균관대 법대 ▶사법시험 14회 ▶대검찰청 감찰부장 ▶법무연수원장 ▶중앙선거관리위원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법무법인 로고스 상임고문 변호사 ▶새누리당 공직자후보추천위원장

재산 총 19억1180만원(2011년 기준) ▶토지 1억9071만원 (본인 소유 경남 김해시 삼정동 대지) ▶건물 6억2800만원 (본인 소유 서울 반포동 아파트) ▶자동차 3429만원 (배우자 소유 2009년식 그랜저) ▶예금 8억8619만원 (본인 8억199만원, 배우자 8420만원) ▶유가증권 360만원(배우자 명의) ▶골프회원권 1억69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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