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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통과…부동산시장 파장

중앙일보

입력

영세상인의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7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로써 그동안 건물주의 횡포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던 영세상인들은 영업기간이나 보증금 회수 등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됐지만 한편에서는 임대료 인상, 상가 신축부진 등 단기적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무슨 내용 담겼나 = 건물 임대인의 일방적 계약권리로 인해 상인들이 시설투자비와 권리금을 제대로 받지도 못하고 영업을 그만두는 폐혜를 방지하기 위해 상인들이 임차계약의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기간을 5년으로 정했다.

또 건물주가 부도를 낼 경우 영세상인들은 '최우선 변제권'을 갖게돼 경매로 건물이 팔리더라도 일정 보증금을 찾을 수 있고 그외 상인들도 일반채권자보다 '우선변제권'을 갖게 됐다. 최우선 변제범위는 경매가격의 3분의 1이다. 그러나 권리금이나 시설비 등에 대한 상환청구권은 인정받지 못한다.

임대차계약을 갱신하거나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할 경우 임대료 인상폭을 제한키로 했으며 최고 인상폭은 '시중금리 이하'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되 구체적인 제한폭은 각 지자체에서 결정키로 했다.

그러나 공익재단이나 동창회 등 비영리단체와 백화점 등 대형상가, 유흥주점 등의 임차인이 법적 보호대상에서 제외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법안은 오는 2003년 1월부터 시행된다.

■단기부작용 우려 = 이 법안은 그동안 상가임대인이 누렸던 무소불위의 권력중일부를 임차인에게 돌려주는 것이어서 임대인들의 반발을 사왔으며 실제로 임대인들의 일부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우선 영세상인에 대한 최우선변제권의 신설로 상가건물의 담보가액이 30% 가량하락, 금융권이 기존 대출금을 회수하고 신축상가에 대한 대출금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상가114 안진수 실장은 "새 임대차보호법의 등장으로 은행에서 대출금을 줄이는 바람에 상가신축 상의 애로를 호소하는 문의가 늘고 있다"면서 "이같은법안 시행에 따라 단기적으로 상가신축이 위축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우선변제권의 신설은 법원 경매시장에서 상가의 수익률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 경매상품으로서의 상가에 대한 매력을 떨어뜨릴 전망이다. 이와함께 상가건물 임대수익을 토대로 리츠사업에 진출하려던 일부사업자도 임대료 제한을 받게돼일정부분 사업계획을 수정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또 신축상가가 단기적으로줄어들 전망인 가운데 기존 상가중에 수익성이 괜찮은 물건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치열해져 유망상가의 가격이 급등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건물주의 임대료 인상 조짐이 벌써부터 일고 있다. 2003년 1월부터 법이시행되면 임대료 인상률에 제한을 받기 때문에 미리 손을 써두자는 의도에서다. 강남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한 상인은 "임대인이 '법안이 시행되기 전에 임대료를 올려야 한다'면서 종전 보증금 2천만원에 월세 120만원이던 임대료를 보증금 4천만원에 300만원으로 올려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긍정적 영향 = 그러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단기적으로 다소혼란스럽고 부작용을 야기시킬 우려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임차인의 창업의욕을 고취, 오히려 건전한 상가문화 정착에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안진수 팀장은 "그동안 마음은 있지만 창업을 꺼렸던 예비창업자들이 실제 창업을 하기 위한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면서 "신규 창업의 활성화는 상가시장의 활력을 불어넣고 결국 상가시장 자체의 활성화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은행의 대출기피로 시행초기 상가 신축이 줄어들 우려는 있지만 제도가 정착되고 상가시장이 탄력을 받게 되면 상가 신축에 따른 자금조달은 커다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서울=연합뉴스) 류지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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