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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장 면한 『구공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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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구주공동시장(EEC) 6개국은 지난24일 말썽 많던 농산물가격 단일화에 극적인 합의를 봄으로써 「69년 말 완전 경제적 통합」이란 그들의 목표에 한 걸음 다가섰으며 또 「케네디 ·라운드」관세인하협상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했다. 58년1월 「로마」조약으로 된 EEC는 역내자본 및 노동력 이동자유화·공산품수출입제한철폐 등 비교적 순탄하게 1단계를 끝냈지만 62년 2단계에 접어들면서 공동농업정책으로 가맹국간에 심각한 이해대립을 보여왔었다.
농민의 비중이 큰 「프랑스」는 농산물 가격을 고액으로 안정시키고 수출보상기금을 보다 적게 책정하려는 반면 서독 등 대부분 수입농산물에 의존하는 국가들은 국내농업육성을 위해 그 보상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즉 63년11월 통일농산물(주로 곡물) 가격에 합의를 볼 때도 「프랑스」는 탈퇴를 위협하면서 서독의 양보를 얻었고 65년 6월말 농업기금관리문제로 EEC를 「보이코트」하는가 하면 금년 1월 중순 이사회의 다수결제 거부와 집행위의 권한제한을 들고 나와 구공시를 파장 일보 전까지 몰고 갔었다.
이와 같은 혼선은 단적으로 EEC 가맹국간의 산업구조상의 이질성 때문인 것-. 그러나 6천만「달러」의 기금으로 과실·야채 공동농장경영과 수출보상금지불 및 미곡·설탕·육류·「밀크」 등의 가격단일화 등을 내용으로 한 이번 합의점은 실로 금년부터 마지막 3단계에 들어선 EEC에 밝은 앞날을 약속해 준다. 다시 말하면 67년7월1일부터 역내 농산물이 자유로이 유통될 수 있는 농업 공동시장을 실현시키고 또한 68년7월부터는 전 상품의 역내 자유유통과 대외공동관세라는 이른바 관세동맹에의 터전을 마련하는 것.
한편 이번 합의사항은 구주통합에 끼친 영향 못지 않게 「케네디·라운드」와의 협상에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50%의 일률적인 관세인하를 목표로 한 「케네디·라운드」는 최대의 「블록」인 EEC내의 행동 불 통일로 말미암아 교섭이 전혀 진전되지 않았다. 64년5월 「가트」 이사회가 50% 관세인하에 합의를 보고 예외품목을 제출키로 했으나 이 품목에 포함시킬 농산물 품목에 대해 EEC가 합의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농산물가격 단일화가 이루어졌으므로 오는 9월1일까지 「케네디·라운드」에 「흥정거리」를 내놓게 된 것이다. <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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