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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의 벽 무너질까|「그로미코」는 동경에 왜 왔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소련외상 「그로미코」가 지난 24일 밤 엿새동안의 방일을 위해 동경에 도착했다. 「그로미코」의 이번 방일 목적은 일·소 영사조약을 체결하고 북방영토 및 북양안전 어로작업문제 등을 논의하는 것이다. 「그로미코」자신의 「하네다」공항 성명에서 암시된 것처럼 그는 일본 지도자들과 월남문제의 해결방안에 관해서도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두 나라는 추명 일본외상의 소련방문 때 이미 항공협정과 장기무역협정을 체결한바있다.
10년 전 일·소 공동선언으로 국교를 재개한 일본과 소련은 이제 사유 이래의 우호「무드」를 조성하기에 이른 셈이다. 그러나 「그로미코」의 일본방문은 일·소 접근이라는 1차적인 의미를 넘어서 동·서 냉전의 완화, 미·소·중공·일본의 강호관계, 그리고 이른바 「아시아 시대」의 도래라는 관점에서 더욱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이것은 일본측의 입장에서 보면 다변화하는 「아시아」외교의 실천이 되는 셈이고 소련 측은 유산된 제2차 「반둥」회의 때부터 「아시아의 일원」임을 주장하고 나선이래 대 「아시아」 적극외교에 박차를 가하는 새로운 한 단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미국서는 「아시아독트린」선 언론이 등장했고 「필리핀」도 「아시아복귀」를 선언했다.
소련은 벌써 인도·「파키스탄」 국분 분쟁을 중재하여 「아시아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고있다.
국제정치의 무대가 전후 20년만에 「유럽」서 「아시아」로 옮겨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일·소 관계의 개선이 미·소 공존체제확립, 미·중 대결 및 중·소 대립과 인과관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아시아」를 무대로 벌어질 「아시아시대」의 외교의 방향을 어느 정도 점칠 수 있다. 중공은 일·소 협력을 미·소 협력의 변종이라고 낙인찍고있다.
일본은 미·소 공존을 계기로 잡아 소련에 접근, 영토문제와 어업문제, 경제협력 등에서 유리한 타결 점을 찾으려는 것이고 소련은 「아시아」서 중공과 8천「킬로」의 국경을 맞대고있는 처지라 「시베리아」에 대한 중공의 압력을 견제하는데 일·소 접근을 이용하려는 눈치다.
그러나 일본 외교진의 일부에서는 미·소 우호관계가 고정적이 아닐 뿐 아니라 월남 전쟁으로 긴장될 가능성이 있고, 미·중공 관계자체도 언젠가는 개선될 가능성이 있음을 계산하여 대소접근에 신중론을 주장한다.
이것은 대 중공접근의 여지를 항상 남겨두려는 태도이기도 하여 소련 측도 「접근과 경계」의 양면작전으로 일본에 접근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신중론의 밑바닥에는 사실상 일·소간의 어느 정도의 상호불신이 흐르고 있음을 뜻하는데 「그로미코」의 방일이 이 불신해소의 특효를 발휘할 것인지가 주목된다.
「그로미코」 방일중의 월남문제 토의는 「토의」이상의 성과를 기대할 수 없음은 「간디」, 「윌슨」의 방소로 명백해졌다. <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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