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법 해당자에 대한 해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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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치정화법 해당자에 대한 전면 해금조처는 많은 국민들의 비상한 관심을 집중시키고있는 문제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지난 27일 공화당의 한 소식통은 이 문제에 관하여 대단히 중요한 발언을 했다는 것이 보도되고 있다. 즉, 그에 의하면 『내년 총선거에 앞서 정정법 해당자에 대한 전면해금조처를 취할 것을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발언이 정부의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인사로부터 나온 것이 아닌 이상 그것이 어느 정도의 신빙성을 가지고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우나 어쨌든 우리로서는 충심으로 이를 환영하여 마지않는다.
원내 정치활동 정화법이라는 것은 5·16후 소위 『정치활동을 정화하고 참신한 정치도의를 확립함을 목적』으로 하여 당시의 입법기관인 최고회의가 제정한 것이다. 이 법이 실현하려고 기대한 그 목적은 대단히 훌륭한 것이었으나 다만 문제는 이것이 본질적으로 소급법이라고 하는데 있었던 것이다. 법치국가에서는 원내 과거의 행위를 처벌하기 위하여 새로운 법률을 만든다는 것은 원리적으로 시인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이 법은 5·16이전의 행위를 이유로 해서 다수 국민에게 공민권의 광범위한 박탈이라는 제재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정치에서는 『목적이 수단을 신성화한다』는 식의 사상을 허용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인권에 대한 침해의 위험성이 있는 이와 같은 소급입법에 대해서는 역시 비판이 가해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입법은 민선국회 아닌 최고회의가 군정 하에서 행한 것이기 때문에 지금 와서 이를 논의해 보아도 아무런 소용이 없음은 물론이다. 다만 그동안 정부는 많은 해당자들에 대해서 해금조처를 하여 지금은 불과 70여명만이 동 법에 묶여있는데 지나지 않는다. 늦게나마 정부가 이들에 대해서 해금의 도량을 보이려고 한다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정정법 제8조에 의하면 해당자는 68년8월15일까지 정치활동을 할 수가 없게 되어있다. 이것은 우리가 상식으로 생각해도 좀 정도가 지나치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 동안의 정치활동금지만 해도 해당자들에게는 커다란 고통이었을 것이고, 또 과거에 잘못이 있었다면 충분히 반성도 했을 것이다. 구태여 이들에 대해서만 가혹한 제재를 그대로 지속시킨다는 것은 이성적이 아닌 것 같다.
또 이미 해금된 인사들과 아직도 해금되지 않은 인사간에는 그렇게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말하자면 단계적인 해금조처에 균형상의 문제점도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차제에 정부당국은 일대 용단을 가지고 모든 소급법적 조처에 종지부를 찍고 새로운 건설적분위기를 도입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과거의 행위를 처벌하고 응징하는데 미련을 갖는다는 것은 근대적인 사고방식이 아니다. 전 국민을 동원하여 협력을 획득하는 것이 건설적이라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명년의 총선에 앞서 해금조처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 소식통의 견해라고 하지만, 그것도 총선의 직전이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반드시 해금은 해당자들이 명년의 선거에서 각자의 활동이 가능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게 하여야 할 것이다. 해금을 하는 이상 것은 「페어플레이」의 정신에 합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단계적 해금의 시기가 아니다. 오직 전면 해금만이, 그리고 그것도 신속한 조처만이 크게 기대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당국은 많은 국민들의 염원을 저버리지 말아주기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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