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중국, 지금 무엇으로 고민하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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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마오샤오춘, 네오 큐비즘-무중유생(無中有生), 3D 애니메이션, 14분 . [사진=아르코미술관]

유명 한시를 적은 6개의 족자, 얼핏 보기엔 한자 같은데 다가가면 낯선 글자다. 한자문화권 사람이 아니라면 반대의 반응을 보일 것이다. 읽을 수 없으리라 여겼는데 실은 그렇지 않은….

 쉬빙(徐氷·58) 베이징 중앙미술학원장의 ‘신영문서법-춘강화월야(新英文書法-春江花月夜)’다. 알파벳을 조합해 만든 그만의 문자를 사용한 족자로, 톱아 보면 누구나 읽을 수 있다. 시각예술의 본령은 ‘가시성(可視性)’이지 ‘가독성(可讀性)’이 아니라는 메시지다.

 그 옆에선 서양 고전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정육면체 안에서 그림자 같은 사람들이 떠도는 영상이 나온다. 라파엘의 ‘아테네 학당’이나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쾌락의 정원’ 같은 서양 고전미술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중국의 대표적 미디어 아티스트 마오샤오춘(繆曉春·49)은 고색창연한 중국의 과거와 초현대화한 대도시로 상징되는 중국의 지금, 그리고 서양적 전통을 한데 연결시킨다.

 서울 동숭동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은 한·중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What: 신중국미술’전을 열고 있다. 국립 중국미술관과 공동 기획으로 중국의 본격 아방가르드 미술운동인 ‘85미술운동’ 시기에 활동을 시작한 중견 작가인 쉬빙부터 중국 정부가 1가구 1자녀 정책을 편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난 ‘바링허우(八零後)’ 세대 작가인 위앤위앤(苑瑗·29)까지 8명이 참여했다.

 시장의 붐과 함께 많은 중국 현대 미술가들이 국내에도 간간이 소개돼 왔다. 이들의 작품은 문화혁명과 개혁개방을 거쳐 세계의 양강으로 부상한 중국을 보는 창으로도 작용해 왔다. 선명한 정치적 입장을 취하며 만사를 결정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간 과거이며, 복잡한 사회 변화의 과정에서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살아가는 게 오늘날 중국의 상황이다.

 전시작들이 반영하고 있는 중국의 현실은 곧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중국미술관 판디앙(范迪安) 관장은 “글로벌화·정보화가 진행되는 시대에 예술은 어떻게 발전해야 할까, 그리고 젊은 예술가들은 이 같은 세상을 자신의 예술 작품에 어떻게 반영해야 할까. 한국의 젊은 예술가들 또한 전시를 통해 이같은 질문을 공유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3월 31일까지, 무료. 02-760-4605.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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