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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고정관념은 바둑의 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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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제2보(18~33)=이세돌 9단은 포석이 약합니다. 본인이 시인한 바 있지요. 그러나 포석만 어느 정도 되면 중반 이후는 천하무적 아닙니까. 이 묘한 밸런스가 이세돌 바둑의 멋을 만들어 냅니다. 천야오예 9단은 ‘전천후 폭격기’라고나 할까요. 포석도 좋고 중반 싸움도 잘합니다. 그러나 두 기사를 놓고 누가 천재냐 물으면 대개 ‘이세돌’이란 답이 돌아옵니다. 광사(狂士)의 풍모를 지닌 이세돌에게서 가늠할 수 없는 힘이 느껴지는 거지요.

 18~22는 유행하는 수순입니다. 이세돌 9단도 포석에서만큼은 되도록 남들이 두는 수를 따라 두는 편이지요. 특히 22는 예전이라면 무조건 ‘참고도1’ 백1로 뻗었습니다. 이곳이야말로 ‘쟁탈의 요소’라고 확신했던 겁니다. 그러나 중앙의 가치가 크게 높아지면서 ‘참고도1’처럼 두는 것보다 실전 22로 두드리는 게 더 두텁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런 관점은 또 바뀔지 모릅니다. 바둑판 위에 ‘고정관념’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어떻습니까. ‘참고도1’과 실전을 놓고 볼 때 어느 쪽이 좋아 보입니까.

 28로 큰 곳을 전개하자 29로 파고듭니다. 쌍방 백△ 쪽은 모른 체하고 있군요. 한 수로 죽을 돌이 아니지요. 백△조차도 아직 죽은 게 아닙니다. 복잡한 변수가 숨어 있기에 잠시 놔두고 눈에 보이는 ‘큰 곳’부터 처리하고 있는 겁니다.

 29에 ‘참고도2’처럼 두는 것은 흑이 너무 편하겠지요. 이세돌은 당연히 30, 32로 반발했습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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