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부활한 승부사 하니발

중앙일보

입력

'승부사' 로데릭 하니발(29)의 잠자던 근성이 매서운 발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하니발은 6일 홈에서 열린 원주 삼보전에서 26득점에 리바운드 8개, 어시스트 7개를 기록하는 '트리플더블급' 활약으로 서울 SK의 승리를 견인했다.

올 시즌 서울에 새 살림을 차린 뒤 성적이 부진한데다 관중도 기대 만큼 들지 않아 고민이 말이 아니었던 서울SK는 이날 하니발의 의미있는 분발 덕분에 2연패를끊고 침체됐던 팀 분위기를 추스를 수 있게 됐다.

하니발은 한국 무대 데뷔 첫해인 99-2000시즌에 빠른 속공과 철벽 수비를 앞세워 팀의 첫 우승에 기여했고 '수비 5걸'에도 2년 연속 선정된 정상급 용병. 하지만 3년 연속 재계약에 성공한 하니발의 올시즌은 기대에 못미쳤다.

새로 뽑은 용병들이 부상과 기량 미달로 2차례나 교체된 가운데 '터줏대감'인 하니발마저 국내 선수들의 수비에도 고전하면서 제몫을 못하자 서울 SK가 연패를 밥먹듯 한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이날 하니발은 데뷔 첫해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얻었던 별명인 '승부사'의 근성을 재현해냈다.

하니발의 진가가 빛난 것은 23-25로 끌려가던 2쿼터 중반부터였다.

골밑에서 3개의 슛을 연속 성공시키며 29-25로 경기를 뒤집었고 2쿼터 막판에도 6점을 보태 10점 차의 리드를 잡게 한 것이 서울 SK가 경기의 주도권을 쥘 수 있었던 전기가 됐다.

수비가 좋은 양경민이 그를 맡았지만 2점슛 시도 16개 중 무려 13개가 림을 꿰뚫어 81%의 높은 슛성공률을 과시했고 수비 리바운드만 8개를 걷어내며 궂은 일을도맡았다.

또 자신에게 수비가 몰리면 에릭 마틴이나 서장훈에게 완벽한 어시스트를 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경기를 마친 하니발은 "트리플더블 등의 기록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내 위치에만 충실하려 했다"고 말해 냉정한 승부사의 모습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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