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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동생 저택응접실에 걸린|「케네디」의 정치낙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로버트·케네디」의원저택의 응접실에는 아담하게 차린 사진틀 한 개가 걸려 있다. 사진틀이기는 하지만 거기 끼워져 있는 것은 풍경도 아니요, 인물도 아닌 낙서에 불과한 것. 이것은 그의 형 고「케네디」 대통령이 그가 죽기 약 20일전인 63년 10월29일의 각의를 마치고 긁적거린 것으로 생각되는 「케네디」최후의 정치낙서이다.
여기 보면 당시 「케네디」가 골머리를 썩혔던 문제가 「소맥」 및 「빈곤퇴치」문제였던 것을 쉽사리 알 수 있으며 그 날의 각의에서도 주로 이에 관한 문제들이 토론되었던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우선 낙서의 아래쪽 좌측에 갈겨쓴 Poverty(빈곤)란 단어를 여섯 개나 볼 수 있다.
그 위에 돛단배가 어른거리며 「마스트」바로 위에 Soybeans(완두)란 희미한 글자로 관심을 끈다. 하지만 이 돛단배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가 해군출신이며 평소에 바다를 좋아하여 돛단배 하나를 가지고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무심결에 돛단배를 그렸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돛단배 조금 뒤에 쓰여진 Satellite(위성)는? 추측컨대 그 날 각의에서는 우주계획이 검토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큰 관심을 끄는 것은 Satellite 바로 뒤에 쓰여진 여섯 개의 “21/2”이란 숫자와 그 뒤에 있는 Million(백만)이란 글자이다.
그리고 여섯 개의 21/2과 그 위에 12란 숫자사이에는 Wheat(소맥)와 Canadian이란 글자가 보인다. 「케네디」는 당시 중공이 사들이고 있던 「캐나다」소맥을 미 소맥과의 경쟁상대로 생각했던 것 같다.
이로써 미루어 보건대 그 위에 네모로 둘러싸여 있는 두 단어는(희미한) Export(수출)와 Budget(예산)로 생각할 수 있다. 그 바로 오른쪽 옆에는 Defence Budget(방위예산)와 offsetting(상살)-. 아마도 각의는 국방예산문제, 이 문제와 국제수지와의 관계, 즉 일반수출증대로 국방예산을 상쇄할 것인가의 문제를 토의했던 것 같다.
그러나 아직도 각의의 뚜렷한 목적이 무엇이었느냐는데 대해서는 의혹이 가는데 이에 대해, 낙서 중단쯤에 있는 PL480은 상당히 희망적인 암시를 가져다 준다. 미국잉여농산물의 처리에 관한 미공법480은 Ⅰ, Ⅱ, Ⅲ, Ⅳ의 4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고려에 넣는다면 그 위에 있는 「로마」숫자는 미공법480의 항목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돛단배 주변에는 Cargil Continental, Dreyfus 등의 글자가 보이는데 「카길」과 「컨티넨틀」이 대소곡물수출상, 「드레이퍼스」가 「캐나다」수출상의 이름이니 당시의 각의는 PL480과 관련된 대소곡물거래를 논의하였음에 틀림없다. 「로마」숫자밑에 있는 100Million Bus와 140Million Bushels는 대소 곡물수출협상량을 가리킨 것으로 짐작된다. 따라서 「21/2」은 2백50만「톤」(백만「부셸)」이며 12는 천2백만「톤」을 의미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까다로운 것 하나. 그것은 상단 오른쪽에 마치 감옥창살처럼 가로 세로 줄을 그어 놓고 그 속에 무슨 글자 같은 것을 써넣은 것이다. 이것이 무엇일까. 농무성 관계자들의 말로는 이 글자가 당시 대소소맥수출을 완강히 반대하던 「폴·핀들리」하원의원의 이름 같다는 것.
어쩌면 따분한 각의를 사회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하이아니스포트」앞 바다에서 대서양의 미풍이나 쐬며 뱃놀이를 하는 게 얼마나 마음 편하고 멋있겠느냐는 생각에서 무심코 돛단배를 그렸을는지도 모르겠다.
이 낙서는 「케네디」가 운명의 통성에 숨진 후 미망인 「재클린」여사가 소중히 사진틀에 넣어 기념으로 시동생인 「로버트·케네디」의원에게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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