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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집주인, 주차 문제로 히스패닉 청년에 총격

미주중앙

입력

주소를 잘못 알고 엉뚱한 집에 차를 주차한 히스패닉 청년이 백인 집주인의 총에 맞아죽는 사건이 발생해 인종갈등으로 비화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5일 애틀랜타 저널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밤 10시께 로드리고 디아즈(22) 등 히스패닉 청년 4명은 릴번의 친구집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들이 차를 댄 곳은 친구집이 아니라 필립 세일러스(69)의 집이었다.

세일러스는 그자리에서 총을 발사했고, 디아즈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그러나 총격이 발생한 구체적 정황에 대해서는 피해자와 가해자측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용의자 세일러스의 변호사 마이크 퍼글리스는 “세일러스가 집 바깥에서 시끄러운 소리를 들었고, 최근 이웃집에 강도가 들었던 터라 위협을 느꼈다”며 “총을 들고 밖으로 나간 세일러스는 먼저 하늘에 위협사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위협사격에도 불구하고 디아즈가 세일러스를 향해 위협적으로 차를 전진시키자 그에게 사격할수밖에 없었다”며 “당시 차에 치여죽는 줄 알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디아즈의 여자친구 앤지 레보예도(17)는 “세일러스가 위협적인 태도로 질문이나 대화 한마디도 없이 디아즈에 사격을 가했다”며 “그는 사람 머리에 총을 쏜 후에도 아무런 동요가 없었다. 그러고는 내게도 총구를 겨눴다”고 증언했다.

레보예도는 세일러스의 집에 주차한데 대해 “친구집을 찾아가다 GPS로 길을 찾지 못해 잠시 아무 집에나 차를 댔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가해자 세일러스는 베트남전 참전용사 출신으로 은퇴했으며, 수십년간 교회에 열심히 봉사했고 남미 선교를 다녔다고 이웃들이 증언했다. 세일러스는 31일 1만1200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31일 풀려났다.

이에 따라 히스패닉 사회에서는 특정 인종을 범죄자로 간주한 인종범죄가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콜럼비아 출신 이민자인 디아즈는 귀넷 텍에 재학중인 학생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디아즈는 범죄집단과 관련이 없으며 술도 거의 마시지 않는 성실한 대학생이었다”라고 밝혔다.

공개된 경찰 보고서도 논쟁을 가열시키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디아즈는 세일러의 집에서 떠나려던 순간 총에 맞았다. 보고서가 사실이라면 디아즈가 자동차로 디아즈에게 위협을 가했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이다.

릴번 경찰은 “디아즈의 차량은 세일러스의 집앞 도로 경계선 끝에 걸쳐 있었다”며 “경찰 출동 당시 디아즈는 운전대에 피묻은 얼굴을 파묻은 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최근 세일러 집 주변에 강도가 발생했다는 주장에 대해 “최근 이 지역에 범죄가 발생했다는 기록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세일러측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인종문제가 아니다. 다만 가슴아픈 비극일 뿐이다”라고 반박했다.

조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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