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에도 봄은 오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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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안팎에서 정보기술주(IT)주가가 치솟고 있다. 랠리(단기 급등)가 시작된 것이다.

5일 국내 최대 상장종목인 삼성전자가 14개월만에 상한가를 기록했고,SK텔레콤이 9%가량 올랐다. 또 LG텔레콤과 아남반도체가 가격제한폭까지 올랐고, 삼성전기.삼성SDI도 주가가 크게 올랐다.

또 IT주가 대거 포진하고 있는 전기전자 업종지수는 이날 12% 올라, 종합주가지수 상승률(5.9%)을 크게 웃돌았다.

IT주의 비중이 높은 미국 나스닥지수는 4일 IT주 급등에 힘입어 2,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이날 나스닥지수는 전날보다 3.06% 올라 1,963.10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8월14일이후 가장 높은 수준. 또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6.5%가량 올랐다.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인텔은 당초 예상한 4분기 실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지난 3월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강세=국내외 IT주의 랠리는 무엇보다 경기회복 기대감에 따른 것이다. 세계 최대 인터넷 네트워킹 장비업체인 시스코시스템즈는 11월 판매실적이 기대치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세계 주요 정보통신업체들이 대부분 시스코시스템즈의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만큼 시스코 실적은 IT경기를 가늠하는 잣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UBS워버그는 반도체 장비 수주가 바닥을 치고 증가세로 돌아섰으며,반도체 업체들의 최근 3개월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IT주가 지난해 하반기이후 폭락한 점도 최근의 급등세를 유발했다. 즉 많이 떨어진 만큼 반등폭도 클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나스닥지수는 사상 최고가(5,048.62)에 비해 61%가량 떨어졌다.반면 다우존스지수는 사상 최고가에 비해 16% 하락한 데 그쳤다.

이런 긍정적인 시각과는 달리 모건스탠리는 최근의 기술주 랠리는 거품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건스탠리의 바톤 빅스 애널리스트는 4일 "미국 경기가 V자형으로 급격히 회복되기 힘들고, 내년도 미국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가 지나치게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증시가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고, 향후 수개월안에 지난 9월의 연중최저치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 전문가 진단=교보증권 김석중 상무는 "실적이 뒷받침 되지도 않은채 최근 주가가 2배가량 오른 종목도 있다"며 "랠리 초기 국면에서는 실적을 따지지 않고 주가가 오를 수 있지만,장기적으로는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기술주는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증권 이남우 상무는 "TFT-LCD.반도체.PC 등의 수요가 회복되고 있는 만큼 기술주의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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