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참사 10년 … 지금은 안전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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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003년 2월 18일 오전 9시53분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신병을 비관한 50대 남자가 전동차 안에서 휘발유를 붓고 불을 질렀다. 불길은 삽시간에 번졌다. 매캐한 연기가 지하 승강장을 메웠다. 불은 전동차 두 대를 삼킨 뒤 꺼졌다. 결과는 참혹했다. 192명이 숨지고 151명이 다쳤다.

 18일로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가 10주기를 맞는다. 희생자 유족과 시민단체는 6일 ‘2·18 대구지하철 참사 10주기 추모위원회’를 구성하고 다양한 추모행사를 열기로 했다.

 위원회는 15~19일을 추모기간으로 정하고 희생자의 명복을 비는 행사를 마련한다. 참사 하루 전인 17일 오후 중앙로역 인근 대구백화점 앞 야외공연장에서는 추모 문화제가 열린다. 참사 당시의 영상이 소개되고 추모 춤과 추모시 낭송, 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로 이어진다. 당일인 18일 오전에는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추모식이 치러진다. 참사 시각인 오전 9시53부터 1분간 묵념하고 넋 모시기, 추모의 노래, 종교의식 등 억울하게 숨진 이들의 넋을 달래는 행사가 진행된다. 오후에는 ‘트라우마를 넘어서:지금 도시는 안전한가?’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린다. 토론회에는 관련 전문가들이 ‘도시 운송 시스템과 방재’ ‘기관사의 심리적 충격과 스트레스’ 등을 발표하고 안전한 사회 만들기 방안을 모색한다. 사진전시회도 개최된다. 서울·인천·부산 등 지하철이 있는 도시의 역 50여 곳에서 참사 당시의 사진 30여 점과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의 현황을 전시한다. 끔찍했던 사건을 기억해 다시는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취지에서 마련하는 행사다.

 추모위원회는 2·18 대구지하철 참사 희생자대책위원회, 2·18 유족회 등 희생자 유족 단체와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대구여성회·대구참여연대·대구YMCA·대구경실련 등 시민단체, 노동계 등 70여 개 단체로 구성됐다. 대구지하철 노조 이승용 위원장은 “과거의 아픔을 회상하는 추모를 넘어 시민의 안전을 확보하고 생명의 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시는 정신적·육체적 고통에 시달리는 희생자 유족을 위한 추모사업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또 다른 희생자 단체인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비상대책위원회와 부상자대책위원회는 별도로 추모식을 열기로 했다. 18일 오전 경북대 글로벌플라자 1층 경하홀에서 추모식과 ‘대구지하철 10년, 우리의 안전과 미래’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을 연다. 이들 단체 역시 화재 발생시각인 오전 9시53분부터 1분간 묵념을 하며 희생자들의 넋을 기린다. 이어 경북대 방재연구소와 경북대 도시환경설비연구실 등이 주관하는 심포지엄이 열려 경북대 건축학부 홍원화 교수와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이덕희 박사 등이 지하철 안전방안을 발표한다. 박성찬 지하철 화재참사 비상대책위원장은 “10주기를 참사의 반복을 막는 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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