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보다 빛난다, WBC 벤치의 왕별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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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세계 최고의 야구선수들이 참가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이번에는 코칭스태프도 ‘드림팀’으로 꾸려졌다.

 대회 첫 우승을 노리는 미국은 조 토리(73) 감독을 선임하며 강력한 브랜드를 앞세우고 있다. 29시즌 동안 통산 정규시즌 2326승, 월드시리즈 4회 우승을 이룬 토리 감독은 예전 미국 사령탑(1회 벅 마르티네즈, 2회 데이비 존슨)보다 무게감이 훨씬 크다. 토리 감독은 ‘컨트롤 마법사’ 그레그 매덕스(47)를 투수코치로, 통산 389홈런을 기록한 강타자 데일 머피(57)를 1루 코치로 선임했다.

 매덕스는 1986년 데뷔 후 23년 동안 5008과 3분의 1이닝 동안 볼넷을 999개만 내준 정교한 투수다. 88년부터 17년 연속 15승 이상을 따내기도 했다. 머피는 82년부터 2년 연속 리그 MVP를 받은 강타자다. 4년 연속 골드글러브와 실버슬러거상을 동시에 수상할 만큼 공수 모두에서 빼어난 활약을 했다.

 캐나다도 래리 워커(47·타격코치)와 폴 콴트릴(45·불펜코치)이 스태프에 합류했다. ‘콜로라도 불곰’이라 불렸던 워커는 캐나다 출신 선수로 유일하게 2000안타를 돌파(2160개)했으며 홈런·타점·도루 등에서 캐나다인 역대 1위에 올라 있다. 빅리그 14년 경력의 콴트릴은 캐나다 출신 선수 중 역대 최다경기 등판 기록(841경기)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 대표팀의 스타 감독 사랑은 여전하다. 1회 오 사다하루(73), 2회 하라 다쓰노리(55) 감독을 내세웠던 일본은 이번에 야마모토 고지(67)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히로시마에서만 18년을 뛴 야마모토는 통산 홈런왕을 4차례나 차지했고, 대졸 출신으로는 일본 리그에서 가장 많은 통산 536홈런을 때렸다. 13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기록했고, 등번호 8번은 히로시마의 영구결번이다.

 브라질은 야구 불모지이지만 감독만큼은 강력하다. 브라질팀을 지휘하는 배리 라킨(49)은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코칭스태프 중 유일하게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특급 스타다. 86년 데뷔 후 19년 동안 고향팀 신시내티에서만 뛴 그는 90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끄는 등 당대 최고의 유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미국 출신인 그는 브라질 야구 아카데미에 참석한 것을 인연으로 이번 대회 지휘봉을 잡게 됐다.

 송재우 JTBC 해설위원은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코칭스태프를 활용하는 게 일종의 홍보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이들의 경기 운영 능력과 스타일을 지켜보는 것도 대회를 즐기는 포인트”라고 말했다.

 배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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