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먹는 약과, 달달하다고 2개 먹었다간…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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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구로구에서 자취 중인 이정원(34·남)씨. 명절이 일주일가량 남았지만 벌써부터 살찔 생각에 걱정이 태산이다. 남들처럼 운동을 열심히 하거나 다이어트 중은 아니지만 명절만 되면 2kg씩 살이 쪘던지라 어느 때보다 민감하다. 다이어트를 생각하면 밥과 떡국, 각종 전도 마다하고 싶지만 오랜만에 만난 부모님의 정성 때문에 그러지도 못한다. 특히 올해는 예비 장모 앞에서 씩씩하게 잘 먹는 모습까지 보여야 해서 더 신경이 쓰인다.

■“나는 물만 먹어도 살쪄요”라는 말은 거짓말!

이 씨처럼 명절이 지나면 ‘먹은 것도 없는데 살이 쪘다’며 ‘나는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이라고 억울해 하는 사람이 많다. 먹은 것이라고는 과일과 떡국 한 그릇, 나물, 전 몇 개가 전부인데 몸무게가 늘었다는 것이다.

고칼로리 음식의 유혹에서 이겼다고 생각했는데 올해 설 연휴에도 어김없이 패한 이들. 원인이 무엇이었을까? 답은 오가며 한 두 개씩 집어먹은 떡과 전, 달달하다고 연거푸 마신 식혜에 있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송홍지 교수는 “명절 연휴가 끝나면 밥을 굶었는데도 살이 쪘다고 비만클리닉을 찾는 분들이 많다”며 “이분들은 밥만 안 먹었을 뿐 오히려 평소보다 떡, 과일과 같은 간식 섭취량이 많아진 경우가 대다수다. 고칼로리의 음식이 즐비한 명절에 살이 찌지 않기 위해서는 간식을 줄이고 활동량을 늘이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간식 대신 한 끼 식사가 살빼기에 효과적

살이 빠지는 원리는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이다. 특히 고칼로리의 음식 섭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명절은 기름기가 가득한 각종 전에서부터 부침, 튀김, 갈비찜(1토막 143㎉)과 잡채(191㎉), 한 그릇을 먹어야 나이를 먹는다는 떡국(463㎉)과 만둣국(480㎉)까지 고칼로리 음식이 즐비하다.

물론 전과 튀김, 갈비찜과 같이 기름기가 눈에 보이는 음식은 칼로리가 높다고 아는 만큼 섭취를 자제한다. 그러나 오가며 집어먹는 간식과 음식에 대해서는 좀처럼 신경을 쓰지 않는다. 오랜만에 만난 형제, 자매, 친지들과 수다를 떨며 집어먹는 각종 떡과 과일, 음료와 며느리들이 방금 지져낸 전 한 두 개, 달달해서 계속 손이 가는 약과와 한과, 유과도 합치면 상상을 초월할 만큼 열량이 높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명절에 주로 먹는 동태전은 하나에 88㎉, 호박전 36㎉, 꼬치전이 120㎉고 새콤달콤해 자꾸 먹게 되는 귤도 하나에 50㎉가 넘는다. 특히 한과와 유과는 100g을 기준으로 470㎉로 쌀밥 1공기(312㎉) 열량을 훌쩍 뛰어넘는다. 심지어는 달달해서 계속 마시게 되는 식혜와 수정과도 1컵에 200㎉나 된다. 오가며 한과와 유과, 식혜를 먹느니 제대로 된 식사를 하는 게 다이어트에는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한 잔씩 기울이는 술, 복부비만 초래

한 잔씩 마시는 술도 열량을 무시할 수 없다. 잘 알려져 있듯 소주 한 잔은 90㎉, 맥주와 청주는 100㎉, 48㎉의 칼로리다.

특히 술은 저녁식사 이후, 밤늦게 마시는 경우가 많아 살로 이어지기 쉽다. 알코올은 일반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에 비해 높은 열량을 갖고 있어 복부비만을 초래하기 쉽다. 술도 그렇지만 더 큰 문제는 안주. 한 두 개씩 집어먹는 과일과 전, 나물의 열량이 상당하다. 배와 단감은 하나에 100㎉, 사과는 150㎉, 밤도 하나에 32㎉나 된다. 전은 어떤가. 한 두 개만 집어먹어도 성인의 1일 권장 칼로리를 금세 채운다.

■스마트폰만 했다가는 몸무게 승승장구

올해 설은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연휴가 3일밖에 되지 않아 다행이지만 명절 기간 중 과도하게 섭취한 칼로리는 살로 직결된다. 성인 남성과 여성의 하루 평균 권장 칼로리는 2500㎉와 2300㎉다. 이는 일상생활에서 권장하는 열량일 뿐 다이어트 중이라면 이보다 10% 이상 줄여야 한다.

더욱이 명절에는 활동량이 평소보다 줄어든다. 과거에는 아침 일찍부터 동네 이웃을 찾아 세배를 하고 연날리기, 윷놀이와 같은 민속놀이를 하는 등 바깥 활동이 많았다. 그러나 요즘 들어서는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TV를 시청하는 등 활동량이 줄어들고 있다. 칼로리 섭취량은 늘어나는 반면 에너지 소모량은 줄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침에 일어나 이부자리를 정리하고(114㎉) 컴퓨터 게임(44㎉)을 하며 자고(24㎉) 먹고(38㎉) 웃는(33㎉)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칼로리 소모가 생기지만 섭취한 열량을 모두 소비하기란 턱없이 부족하다. 운전도 1시간을 해야 41㎉가 소비될 만큼 에너지를 모두 쓰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명절 기간 중 대부분의 집안일을 도맡는 여자보다는 남자가 살이 찌기 쉽다.

■집안일 돕고 스트레칭으로 활동량 늘리면 ‘OK'

명절 연휴 기간 동안 살찌는 것이 두렵다면 식사 속도를 늦추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음식을 빨리 먹으면 과식하기 쉽기 때문. 가능한 한 천천히 잘 씹어 삼키고 갈비찜, 잡채, 전과 같이 고칼로리 음식보다는 나물과 채소, 과일 위주로 섭취한다.

취침 전에 먹는 것도 금기사항. 저녁 늦게 섭취한 열량은 소비되지 못하고 살이 될 가능성이 많아서다. 만약 자신이 얼마만큼의 음식을 먹었는지 가늠하기 힘들다면 일기를 쓰듯 먹은 음식을 기록해 전체 칼로리를 확인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도저히 주전부리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겠다면 식사량을 줄이고 산책을 하는 등 활동을 늘려 열량을 소비한다. 형제, 자매와 함께 하는 술자리에서 기름기가 즐비한 음식보다는 과일과 나물을 안주로 택하고 물을 자주 마셔야 건강과 다이어트까지 챙길 수 있다.

특히 남자의 경우 전을 부치거나 청소를 하는 등 집안일을 도우면 명절증후군을 호소하는 아내의 스트레스도 덜고 살찌는 것까지 막아 일석이조다. 오랜만에 자녀, 조카와 함께 야외로 나가 간단한 놀이를 하는 것도 활동량을 늘리고 기억에 남을 만한 명절을 보내는 데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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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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