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명화극장 어르신들 북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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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산의 명화극장을 찾은 사람들이 매표소에서 티켓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 명화극장]

경기도 안산의 지하철 4호선 중앙역 1번 출구 앞에는 좀 색다른 극장이 있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명화극장이다.

 우선 200여 석 규모의 작은 단관 극장이다. ‘아씨’ ‘서방님을 따라서’ ‘대부’ ‘초원의 빛’ 등 추억의 명화들만을 골라 하루 4회 3일씩 상영한다. 붉은 빛의 객석 의자를 비롯해 내부 인테리어들도 복고풍이어서 20여 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온 듯하다. 이 극장 이종학 실장은 “우리 극장은 경기도에 있는 유일한 실버극장”이라며 “실버 관객들이 젊은 시절을 회상할 수 있는 분위기로 꾸몄다”고 말했다.

 이 극장은 지난해 7월 문을 닫은 서울 서대문아트홀을 안산으로 자리만 옮겨 재개관한 것이다. 서울에 남은 마지막 단관 극장이었던 서대문아트홀은 노인 전용 극장으로 운영되다가 호텔이 들어서게 돼 철거됐다. 김익환(68) 대표는 “서대문아트홀 시절에도 경기 관객이 많았다”며 “안산에도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많지만 어르신들과 다문화 가정을 위한 영화관도 필요하다고 생각돼 옮겨왔다”고 말했다.

 영화 티켓도 5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는 2000원만 받는다. 일반 관객은 7000원이지만 55세 이상 어르신과 동행하면 2000원이다. 다문화 가정이나 외국인 노동자는 3000원을 받는다.

 표를 팔거나 검사하는 일을 하는 직원들도 모두 노인이다. 영화 상영 직전 김 대표가 앞에 나와 영화 소개와 함께 화장실 위치 등을 안내해 준다.

 3월부터는 매주 1편씩 중국·태국·베트남 등의 다문화 영화도 상영할 계획이다. 전국에서 다문화 인구가 가장 많은 안산시의 특징을 고려한 것이다. 김 대표는 “어르신들의 친구 같은 영화관으로 오랫동안 남겠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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