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이세돌의 실험정신 - 백12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제1보(1~17)=천야오예 9단은 한국 기사들이 가장 껄끄러워하는 무서운 기사지요. 1989년생으로 18세 때 중국 최연소 9단이 됐고, 현재 중국 랭킹 1위입니다. 세계 무대에서 한국 기사들에게 64승25패(승률 72%)를 거두고 있는데, 이 전적은 실로 놀라운 거지요. 이세돌 9단이 중국 기사들에게 거둔 84승1무52패(승률 61.3%)에 비해 한참 좋지 않습니까. 하지만 천야오예는 약점이 있습니다. 실력은 좋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지고 맙니다. 그 바람에 세계 무대에선 준우승만 세 번 했지요.

 짜릿한 8강전입니다. 고비에서 적수들이 만났습니다. 차분하게 탐색전을 펼친다 싶을 때 백을 쥔 이세돌 쪽에서 파격의 한 수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12인데요, 이 수는 진짜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어느 누구도 따라 두지 않더군요.

 9로 협공할 때 백은 예전엔 그냥 두 칸 벌렸지만 최근엔 10에 붙여 가는 수가 더 많이 쓰입니다. 흑도 11이 강수인데 이때 백은 ‘참고도1’처럼 두는 게 하나의 정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데 여기서 이세돌은 손을 빼버렸고 13을 당했습니다. 이 결과를 ‘수 나누기’로 풀어본 것이 ‘참고도2’입니다. 흑1로 다가설 때 백이 순을 빼 2로 둔 것이 좀 이상하고, 흑3도 약간 느슨하군요. 4는 아마 악수일 겁니다. 누가 손해일까요. 기사들은 “과감한 수법이지만 따라 하고 싶지는 않다”고 하는군요. 아무튼 이세돌의 배짱은 알아줘야 합니다.

박치문 전문기자

▶ [바둑] 기사 더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