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기둥 균열' 보도된 제2롯데월드, 결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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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5일 송파구 잠실 제2롯데월드 공사 현장에 담당 공무원과 구조안전진단 전문가들을 보내 긴급 안전점검에 착수했다. 지상 123층으로 건설 중인 제2롯데월드 건물의 메가기둥 11곳에 균열이 발생했다는 중앙일보의 보도와 관련해서다.[중앙일보 2월 4일자 1, 7면]

 서울시 강맹훈 주택건축정책관은 “건축물구조안전진단위원회에서 현장 점검을 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위원회와 담당 공무원들이 모여 안전상 문제가 있는지 판단할 것”이라며 “문제점이 확인되면 바로 공사를 중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현장에는 교수 1명과 구조안전진단 업체 직원 2명이 파견됐다. 이들은 현장에서 중앙일보가 보도한 균열들의 폭과 깊이 등을 측정했다. 서울시는 또 롯데건설 측에 최고층 건축물 건설 경험이 있는 해외 업체와 그 방면에 전문적인 교수 등으로부터 안전진단 자문을 받으라는 지시도 내렸다.

 국토해양부도 이달 말 예정된 전국 주요 건설현장 안전점검에 제2롯데월드를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매년 2월 해빙기 때 전국 건설현장 중 일부에 대해 특별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제2롯데월드 관할 구청인 송파구청도 실태 파악에 나섰다. 송파구청 건축과 김석 주임은 “송파구 관내에 있는 만큼 구청에서도 자료 요청 등 조치를 하고 있다”며 “점검 결과 규정 위반 사항이 있으면 서울시와 논의해 행정 처분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은 감리단과 함께 교수 등 전문가를 섭외해 서울시 안전진단과 별도로 자체 검사를 할 계획이다. 롯데건설 측은 “현재 균열 부위 보수·보강방안을 포함한 재발 방지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가기둥에 생긴 균열이 롯데건설 주장대로 철골 용접으로 인한 게 아닐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국항공대 용접공학연구실의 이보영(60) 교수는 “용접 때문에 생겼다면 균열이 용접한 주변에만 존재해야 하는데 멀리까지 틈이 벌어졌다”며 “정밀진단 결과가 나오기 전엔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용접열로 콘크리트에 균열이 생겼고 그때 열이 섭씨 100도라고 하는데, 이는 끓는 물을 부으면 콘크리트가 깨지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와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제2롯데월드 건설 프로젝트에서 발주처-건설사업관리-시공사-감리사 간 견제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만의 ‘타이베이101’(509m) 건설에 참여했던 외국계 기업의 간부 C씨는 “롯데가 메가기둥 균열에 대한 구조안전진단 업체의 안전 진단과 소견을 받기 전 공사를 계속했다는 사실은 발주처와 시공사가 감리단의 의견을 소홀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제2롯데월드의 경우 발주처가 롯데물산·롯데호텔·롯데쇼핑 등 3개사이며 CM(Construction Management) 조직은 이 3개사에서 파견 나온 인력들이 시공사인 롯데건설에 본부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감리는 외부업체인 한미글로벌이 맡고 있지만 발주처인 롯데 계열사들과 직접 계약 관계라 독립적인 견제를 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이에 대해 박영인 제2롯데월드 프로젝트 총괄 이사는 “제2롯데월드의 CM본부는 롯데건설 내부에 있지만 사실상 별도의 조직”이라며 “견제 기능은 충실히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호진·이정봉·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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